brunch

아빠, 몸에서 생선 냄새 나

첫째 아이가 나를 안아주지 않는다.

by 김주원

치아가 좋지 않은 대신 후각이 발달한 것은 우리 집안 내력 같다. 나 역시 코가 막혀있어도 특정 냄새(가령, 아내가 뀐 방귀 냄새 같은)는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그 유전자를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하다.


특히 6살짜리 첫째 아들 녀석은 내가 퇴근하고 들어와서 안아주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아빠, 몸에서 생선 냄새가 나."라며 코부터 틀어막는다. 그렇게 열심히 손을 씻고 해도 소용이 없나 보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더 앞섰다. 상대는 고작 6살짜리 아이인데도 말이다.


어떤 날에는 아이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같이 놀아주려고 장난감을 만졌다가 장난감에 냄새가 난다고 집이 떠나갈 듯이 운 적도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아내는 단단히 주의를 주기도 하고 달래도 봤지만 울음은 10분을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예전부터 그러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심해졌다. 샤워하고 나와서도 자기 코에 내 손을 갖다 대고 검사를 맡고 자기 기준에 통과해야 안아주든, 같이 놀든 뭐라도 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아이가 놀이터에서 실컷 놀고 와서 자기 발 냄새는 향기롭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다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넘겨짚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니면 타인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엄격한데 자기한테만큼은 관대한 것일까? 에이, 6살 짜린데 설마...


사실 식당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들과 많은 교감을 나누지 못했던 터라 첫째 녀석은 냄새를 빌미로 거리를 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매일 생선을 손질하다 보니 몸에 베이게 되는 특유의 비린내는 내가 없애려고 해도 없앨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다 너희 먹여 살리려고 이러고 있다. 그러니까 아빠 몸에서 생선 냄새난다고 싫어하지 마."라고 하기에도 상대가 어리기에 말이 통할리 만무하다.


이쯤 되니 벌써부터 아이들의 사춘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10년 뒤,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올 그 시기에 아이들과의 사이가 멀어져 버리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서먹한 관계가 될 것 같아서다. 너무 넘겨짚지는 않나 싶지만 내가 먼저 겪었던 일이기에 그 상황을 대를 이어서 반복하기는 싫은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하루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쌓여야 할 텐데 말이다. 내일은 조금 더 향기 나는 비누로 더 깨끗이 씻고 아이들을 안아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콜 포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