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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비아

난감했던 주문 전화와 배달 요구 사항

by 김주원

제목이 조금 과하다 싶지만 아내는 포장이나 배달 주문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난감한 상황을 종종 겪고는 한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서 요청 사항이 우리가 해주기 난감한 요구도 많았다.


정오를 살짝 넘긴 바쁜 점심시간에 전화해서 가게 메뉴를 하나하나 물어보고 포장 구성 내용을 물어보고 주문 없이 알았다고만 하고 끊으시는 손님, 주문은 하시지만 이런저런 사담이 길어져 주문 접수까지 통화시간이 5분을 훌쩍 넘기는 손님, 제일 싼 모둠을 주문하면서 제일 비싼 초밥만 골라서 담아달라고 하시는 손님, 배달 주문 전화 시 주소를 잘 못 알려줘서 배달기사님의 짜증을 유발했던 손님 등, 이 외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사례들로 아내는 전화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 전화가 오면 이내 서비스 마인드로 중무장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내지만 아내의 고충은 역시나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만 이해해 줄 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만큼 다양한 종류의 개성 있는 성격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가게는 리뷰 이벤트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리뷰 이벤트 참여, 서비스"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분도 계셨고, 브레이크 타임인 3시~5시 사이에 배달시간을 설정해서 그때까지 보내달라는 손님, 피크 타임 때 주문이 많이 밀려있는데 30분 내로 빨리 보내달라고 보채는 손님 등, 전화 못지않게 배달의 민족 주문 시 요구 사항도 가끔 이런 경우의 상황들을 겪곤 한다.


최대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요구 사항은 들어주려 애쓰지만 바쁜 시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통화가 길어지면 홀에 식사하러 오신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포장, 배달 주문 처리도 딜레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브레이크 타임 때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의 하원을 돕기 위해 가게를 비울 때가 있는데 그때 전화를 못 받았다고 타박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장사를 하는 것이 동네에 소문이 났는지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이처럼 아내에게 퍼진 콜 포비아도 손님들과 우리가 좀 더 서로에게 적응이 되고 취향을 알아간다면 많이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려면 장사, 오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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