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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맛집이라면서요?

얼마나 맛있는지 봅시다.

by 김주원

가게에 있으면 다양한 캐릭터의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가게 들어오시자마자 이 글의 제목처럼 대략 난감한 말씀을 하시면서 나와 아내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는 분도 계셨다. 사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무리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더라도 모두의 입맛을 다 맞출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 집은 '맛집이 되고 싶은 가게'지 '맛집'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는 레벨임을 우리가 더 잘 알고 있기에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었다.


경남, 그것도 김해의 구석진 어느 작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데 최대의 기대치로 와서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는 손님들에게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차라리 대도시의 유명한 가게를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다. '헉'소리 나는 가격은 각오하고 가셔야겠지만...


초밥 10개 9,900원, 그리고 돈가스 덮밥 한 그릇 6,500원이 우리 가게의 기본 메뉴, 기본 가격이다. 가격을 들먹거리며 우리 가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9,900원짜리를 먹었을 때 1만 원의 만족감이 생겼으면 나는 성공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고객과 나의 심리적인 금액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동네 단골손님이 많아졌는데 그분들은 딱히 이런 말씀을 하시지는 않는다. 유독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께서 약간 벼르고 오시는 것 같았다. 별 수 있나? 내가 그분들도 사로잡을 만큼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작은 다짐을 한다면 나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맛집이 되어 당당하게 모든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다. 아직은 자신감이 조금 없지만 말이다. 먼 훗날의 '성공'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목표의 달성보다는, 당장 내일 찾아오시는 모든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나설 때 환하게 웃으면서 잘 먹고 간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나에게 더 큰 행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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