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원 Jun 30. 2024

인생의 퍼즐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우리 동네로 놀러 왔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사내들끼리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커피 한 잔 사들고 수다를 떨기 위해 간 곳은 동네 놀이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항상 대화 주제는 비슷했습니다.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일, 주식, 부동산, 그리고 스무 살 때의 우리 모습들을 되새김질했습니다.


항상 대화는 비슷한 패턴이지만 이 날 이야기의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각자가 꾸는 꿈이 달랐기에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현실적인 조언과 이상주의적인 말도 오고 갔습니다. 


그러다 친구는 문득 이런 말을 했는데요. "...(중략)... 5년 전에는 스무 살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서 눈물이 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


이 말을 곰곰이 듣다 보니 5년 전과 지금, 이 친구가 마주하게 된 현실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친구는 더 먼 미래의 청사진도 갖고 있었죠. 바라보고 있는 미래가 어느 정도 선명히 보이고,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과거의 추억이 더 이상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있지는 않게 된 것입니다. 친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공부하고 공부하며 또 공부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은 다를지언정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둘이서 비슷한 생각을 그때 동시에 했던 것 같은데요. 바로 '배움과 학습'. 


공부를 해야 할 젊은 시절에 우리는 만나서 놀기 바쁘고 술 마시기 바빴습니다.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딱히 후회하진 않아요. 게다가 무엇을 배우는지 감도 안 잡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의 토대가 지금의 내 모습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신 십 수년을 더 살다 보니 내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혔습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것들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르는 것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키워드 정도는 생각났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여태껏 배운 지식들이 너무도 얕았다. 비교하자면 사전 속 단어 정도를 찾을 수 있는 정도였구나!'


어찌 보면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이제는 뭘 모르는지 아는 상태로 레벨 업한 느낌입니다. 궁금한 건 이제 핸드폰 속 검색사이트에 물어보기만 하면 원하는 답이 쫙 나오죠. 참 좋은 시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배운 건 인생의 퍼즐 한 조각 한 조각마다 새겨져 있는 키워드들이었습니다. 퍼즐 한 조각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기에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퍼즐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일을 해야 함을 느낍니다. 땅에 떨어져 잃어버린 퍼즐도 허리를 굽혀 찾아야 하고요. 빛바래 흔적이 지워진 퍼즐에 키워드도 다시 새겨 넣어야 하죠.


비록 새 퍼즐도 아니고 혼자 끼워 맞춘 것도 아니지만 인생의 마지막에 완성한 퍼즐을 보고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제 가슴속, 머릿속에 잘 간직해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에 모인 글로 종이책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