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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한 이유

어느 평범한 자영업자의 일상

by 김주원 May 07. 2021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해서,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해서,

나의 개드립에도 쉽게 웃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매일 같이 볼 수 있어서,

집과 일터가 가까워서,

언제든 찾아오는 친구들을 맞이할 수 있어서,

진상 손님이 드물어서,

일하면서 틈틈이 책을 볼 수 있어서,

온전히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줄 수 있는 하루의 어느 때가 있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하셔서,

지금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늦게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차가운 맥주 한 캔 마시며 행복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봤다. 앞서 열거한 것들 외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살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그곳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다고 느낀다.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안 좋은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출, 들쭉날쭉하는 수입, 말 안 듣는 아이들, 심지어 짝짝이로 신은 양말마저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한 때 그랬다.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닥칠까. 다른 친구들은 다들 잘 나가서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데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의지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허무한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고, 온종일 화가 잔뜩 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언가에 이끌린 듯이 영화 두 편을 보게 되었다. 하나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을 찾아서"다. 

출처 : 다음 영화출처 : 다음 영화


출처 : 다음 영화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소개가 목적이 아니라 줄거리는 생략한다. 그저 이 두 영화를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서 본 후로 지금의 내 상황은 내 능력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게다가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인생의 경로를 결정하고 걸어오지 않았는가.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하루하루 몸 뉘일 곳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지도 않는다. 게다가 (현실이 아닌 영화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제약으로 가득한 삶에서도 유머가 넘쳤고 소소한 상황에 웃음 짓는 여유를 보였다. 


 내 삶이 힘들다고는 해도 그토록 악조건은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러면서 숨어있던 현재의 작은 행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미래의 어떤 날에 행복이라는 가치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럴수록 지금 내 인생은 행복이 아닌 불행을 향해서 나아갈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행복해야 한다.


 손님이 웃는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에, 배달 기사님의 유치한 농담을 곁들인 살가운 인사에, 일찍 일어나 가게로 나서는데 첫째 아이가 눈 비비며 나와서 "아빠 똥꾸멍, 잘 다녀와"라는 말에, (좀처럼 듣기 힘든) 사랑한다는 아내의 말들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행복해도 모자란 것 같다. 


 그래, 지금 행복하자. 없으면 찾아보자. 그래도 없으면 만들자. 내일 말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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