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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Sep 23. 2023

지각에 관한 트라우마

친구가 제시간에 오지 못하는 것으로 뭐라고 하고 있었는데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화가 치미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친구랑 깊은 얘기를 나누는데, 예전에 회사 다닐  일분 늦은 것으로 면담한  그래서 결국 회사 그만둔 엄마가 늦을 때마다(어린 시절의 거의 모든 순간) 아빠가 상황 이해 안해주고 미친놈처럼 난리친 내가 노력했지만 늦은 것에 사람들이 그래도 늦으면 안되지라고 했던  그 모든 목소리들이 저를 너무 둘러싸고 혼내고 있어서 저도  친구한테 화내고 있는 것이더라고요 목소리들을 모아모아 저라는 파이프를 통해 그대로 들려주고 있었어요. 저는 그 때 제가 아니라 그 모든 날카로운 말들과 상처들이 모여 막혀있는 파이프였고, 그것들은 나갈 기회를 찾자마자 폭발적으로 흘러 넘쳤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제가 늦은 이유를 물어봐 주거나 들어주거나 이해해주지 않았거든요그래서 저도 남들에게  해줬습니다.



제가 더 어렸을 때에  목소리들이 저를 공격하게 허용했기 때문이지요. 그 목소리들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별로 중요한 상황들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다가 늦은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의 경우 그냥 늦었기 때문에 혼났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저를 깎고 깎고 고쳐서 저를  시스템 안에 들어가도록 깎아내는데 성공했기에 지금은 많이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저는  의지력이나 성실함이 저를 이만큼 사회 속에서 존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저를 불행하게 만드는 열쇠는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잊은 거잖아미안하면  늦었겠지잘못한  잘못한거지.”


동의하지 않는 사고방식에 자신을 너무 많이 맞추려 노력해왔다는 것을 느낍니다. 늦으면 미안해하고 안 늦으려 노력하겠지만  늦을 수도 있는 것이  여유롭고 정신적으로 건강합니다 늦으려면 사람을  만나면 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없잖아요저는 의도가 선하면 이해해줄  있다고 믿는 사람이더라고요. 어른이  이상 아이때의 훈육과 놀람을 아직까지 유지할 필요는 없을만큼 안전해졌고이제 내가 원하는 사고방식을 가질  있고 그것을 실현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늦었을 때 아 내가  사람의 선의를 이해할 수도 있구나그런 선택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도 된다는  몰랐습니다아무도 저에게 그래주지 않았거든요그리고 누가 누구한테도 선의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을 본 적이 극히 드뭅니다. 스스로에게 하나의 단점도 허용하지 않도록. 저의 장점을 말하는 목소리들에게는 내 마음속에 많은 자리를 내주지 않고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에게만 큰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런데 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을까요? 왜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을까?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에. 저와 상담사는 얼마전 이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옳은 행동, 맞는 행동을 했을 때만 조건적으로 사랑받고 관심받았던 경험이 나의 사랑의 방정식을 왜곡시킨 것 같다고. 옳은 행동을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love crumbs만 받았던 경험이요. 이것은 틀렸습니다. 저는 옳은 행동을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며, 그런 사랑만을 주려고 하는 관계에서는 빠져나와야 합니다. 저는 저 자신으로 존재하면서도, 단점을 유지하면서도 사랑받을 수 있으며 이제부터는 그런 관계만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낫습니다.


 

마음이나 의도는 행동양식이나 제의를 통해서만 바르게 표현된다는 사고방식은 책임을 묻기에 적합하지만 이것이 내적인 동기나 남의 선의를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을 잃게 했다고도 느낍니다. 행동만이 보이는 것이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님을행동이 나를 화나게   마음을 물어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상대는 내 마음의 지도와 다른 모양의 것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마음을 오해할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화나는 일이 있을  화내기 전에 많이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소중한 만큼 남의 마음도 알아봐주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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