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패키지/초기창업패키지 작성법
*시리즈 연재됩니다.
(1) '모르면 떨어지는' 예창패/초창패 사업계획서 작성법
(2) 더 이상 아이템만으로 예창패/초창패 받기 힘듭니다
(3) '결국 돈'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제대로 그리는 방법(현재 글)
(5) 똑같은 팀원을 200% 능력 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
(6) 예창패/초창패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으로 가는 길
비즈니스 모델만 잘 짜도
상위 20%에는 들어간다
미리 얘기한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 파트에서 비즈니스 모델만 잘 짜도 경쟁자 80%는 바로 제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 모델을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스타터들은 IT업계 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굉장히 쉽게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자기 콘텐츠에 붙는 '광고'로 돈을 벌겠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다. 이른바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개발을 할 줄 안다면, 1인 혼자서라도 당장에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뒤는 정말 안일하게 생각한다.
일단 본인이 하는 사업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연스레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을 모으고 나면 자연스럽게 광고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 한다. 일단 물꼬만 터 놓으면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다,라고. 그럼 콘텐츠 생산도 고객이 하고, 소비도 고객이 하는, 스타트업에게 아주 이상적인 그림이 완성되게 된다. 이제 돈방석에 앉는 것만 남았다.
사람을 모아서
광고로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
과연 그럴까? 이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다른 서비스들과 경쟁해서 시장의 파이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다. 플랫폼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광고 비용을 태운다. 거기에 스타트업의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한 대책은 파국을 불러온다.
예창패, 초창패 글에서 내가 계속 강조하는 1가지가 있다. WHAT이 아니라 HOW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HOW를 전략으로 만들면 비즈니스 모델이다. 생각을 더하고, 또 깎아내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면서 만들어내야 한다. 본인 생각에 빠져 있으면 비즈니스 모델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글에서 고객의 탐구력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일단 내 아이템에 탐구력이 있다면 고객을 모을 수 있다. 그렇다면 모은 고객들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그냥 광고? 설득력이 굉장히 낮다. 광고는 어느 비즈니스모델이든 서브로 붙일 수 있는 수익 창출 방법이다. 모든 사업에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자, 예창패/초창패에서, 또 다른 사업계획서의 비즈니스모델 부분에서 광고 수익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망한다.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나는 이걸 이렇게 부른다.
비즈니스모델에 근거를 만드는
'시장관계전략'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예시로 들어가 보자.
몇 해 전, 지금에야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아는 뷰티 스타트업의 초기 컨설팅을 오랫동안 진행했었다. 이들은 화장품 샘플을 모아 구독료를 받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에서 샘플을 구하고 이를 월간지 발행을 통해 고객에게 박스로 모아서 보낸다.) 저가에 다량의 화장품 샘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입소문이 날수록 고객들이 모이고, 고객들이 많이 모이면 뷰티업계 광고를 걸어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구조였다.
화장품 샘플을 구하는 데에도, 또 사람들에게 홍보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많은 수고가 들었다. 객당 이익이 현저하게 낮아, 적어도 1만 명 이상의 고객이 모여야 손해를 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았다. 광고를 걸어야 하는데, 광고 업체가 모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고객이 모이는 속도도 떨어졌다.
나는 시장조사를 다시 하도록
컨설팅했다
고객이 아닌 샘플을 제공하는 화장품 회사에 대해서. 화장품 회사들이 샘플을 뿌리는 행위를 하기 위해 얼마의 광고비를 소진하는지, 그리고 샘플링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그냥 시장 관계자가 무엇을 얻는지로만 끝낸 것이 아니다.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내가 얻어낼 돈이 지금 어디에, 얼마 만큼의 효율로 쓰이고 있는지까지,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관계자의 니즈를 파악하게 되자 마케팅의 포인트를 세울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예산을 모두 털어 이벤트를 준비했다. 일부러 이슈를 만들기 위해 무료로 진행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해당 스타트업은 이 결과를 정리하고 제안서로 만들었다. 곧바로 화장품 회사에 보냈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고 회사의 기존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설명이 추가되니 설득력이 생겼다.
이후 화장품 회사의 샘플을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화장품회사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영업이익을 얻어낼 수 있었다. 돈을 번 것이다. 고객들에게는 더 큰 혜택을 돌려줌으로써 폭발적으로 유입수를 늘려갔다.
관계자에 대한 진득한 이해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뿐 아닌 관계자 모두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어쨌든 고객이 몰려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과 플랫폼 사이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 돈을 줄 광고 집행 회사에 대한 진득한 이해 없이 말이다. 나를 택할만한 이유는 관계자들의 데이터에서 나온다. 그 데이터가 없다면? 그냥 광고 수익에만 매달리는 허술한 전략이 되고 만다. 이럴 거야, 저럴 거야 상상하면서 나오는 추상적인 대책에 누가 박수를 쳐줄 수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이 돌아가는 형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기존 광고 플랫폼을 대체할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시장 안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1) 시장 안의 관계자 모두 파악
(2) 관계자들 니즈 파악
(3) 우리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 강조
우리의 아이템은 시장에서 파이프가 된다.
위에서 말한 화장품 샘플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전략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고객들을 위한 콘텐츠를 보다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만드는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또는 화장품 파우치를 추가로 나눠주는 등의 전략이었다. 이는 HOW가 아닌 WHAT에 집중한 것이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하여 돈을 벌건 시장파악이 1순위다. 내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화려한지, 얼마나 관계도가 예쁜지랑은 상관없다. 단순하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사이의 핵심을 파악했는가다. 사업계획서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들어간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우리의 아이템은 이방인이다. 우리 아이템을 어필하기 위해선 관계자를 파악해야 한다. 결국 사람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데이터를 보고 시장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방법은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자.)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정말 큰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는 예창패, 초창패 평가위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정말 다양한 사업계획서를 봐왔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비즈니스 모델 파트는 외면당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 그렇다. 사업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임에도, 스타트업에 대한 로망이라던가, 비현실적인 상상에 가려져, 결국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 정도가 현저하게 낮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본인이 할 때 차별성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 사업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어떤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슨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