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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Jul 29. 2022

드라마엔 나오지 않는 현실 속 우영우 이야기

인기리에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회 차가 갈수록 큰 화제를 몰고 있는데요. 기존 드라마에서 풀어내지 않았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더욱 생각할 거리를 남기곤 합니다.
 




단순히 '자폐'란 두 글자가 아닌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칭하는 방식자폐 당사자 이야기를 내세워 사회적 관심을 받은 점, 단순 흥밋거리가 아닌 사회에서 외면받는 그들의 실상 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역할이 상당히 큰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편으론 이 계기를 통해 외면받던 발달 장애인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커진 관심을 사회적 관점으로 전환해 현실의 인식 변화를 주기 위해서죠.








“자폐에 관해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얘기가 사회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모든 자폐인이 저렇게 경증(輕症)이라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며 “자폐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정에는 드라마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

아들이 태어난 직후 처음 몇 년은 아들의 발달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년간 매달 300만~400만원씩 들여 온갖 병원이나 치료센터를 다녀봤다. 하지만 아들은 몸만 자라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키 185㎝ 신생아’가 됐다. A씨는 “아파트 16층에 사는데 아들과 떨어져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고 했다. A씨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_<현실엔 없는 우영우… 자꾸 깨무는 ‘185㎝ 아이’, 엄마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는다> 기사 中




드라마와 기사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결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현실 인식 개선입니다.


개인과 사회의 인식 개선


드라마는 발달 장애를 가진 분들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사진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페이스북



해외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여러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철학을 정리한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에는 덴마크 기업 '스페셜리스테른'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검사 및 품질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스페셜리스테른은 무려 전 직원의 75%가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차별이 아닌, 사회로 들어설 통로를 만들어 준 기업은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자폐의 대표 증상 중 하나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는 행동이나 활동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는 정상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창업자 토킬 손은 바로 이 점에 집중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작업은 매우 반복적이어서 정상인들은 큰 흥미를 갖지 못하고 쉽게 지쳐버리지만 자폐증이 있는 이들에겐 즐겁게 일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_『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中




스페셜리스테른 이미지


2004년 창립한 이래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Cisco), SAP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니, 뛰어난 현실 개선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는 또 다른 현실 개선의 성공적인 사례로 '미라클 쿠리어즈' 꼽고 있습니다. 2009년 인도 뭄바이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배달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업무에 응하는 미라클 쿠리어즈 직원들


종업원 중 관리직 4명을 제외한 수십여 명이 청각장애인이라 하는데, 그들 또한 사회 인식 개선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800만 명의 청각장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위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창업자인 드루브 라크라 CEO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뒤 우연히 청각장애 소년과 만나 글을 써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와 필담을 나누다 보니 청각장애인이 택배업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소통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길을 잘 기억하고 찾는 것이 중요한데, 청각이 떨어지는 만큼 집중력과 기억력이 뛰어나 보였다.


사무실에서는 수화로, 외부에서는 문자 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하면 된다. 기왕 시작한 일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가능성을 배달한다’는 회사 슬로건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배달에 나서도록 했다. 이런 여러 요소가 집약되어 혁신적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사이트로 유명한 스프링와이즈닷컴(springwise.com)이 2011년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선정했다.


_『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中



스페셜리스테른의 로고에는 민들레가 그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잡초로 불리는 '민들레'는 『동의보감』에 ‘열 독을 풀고 악종(惡腫)을 삭히며 멍울을 깨트리고 음식 독을 풀며 체기를 내리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는 약초라고 되어 있습니다.

똑같은 민들레를 보고도 ‘잡초(장애)’가 아닌 ‘약초(남다른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제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쏘아 올린 '사회적 관심'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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