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고등학생입니다.
알바비랑 용돈 모아서 300만 원어치 명품 쇼핑했는데 한번 뜯어볼게요.
15살 중학생인데 시험 잘 봐서 엄마가 프라다 클러치 사줬어요.
이번에 구매한 디올 립스틱이랑 같이 소개할게요.
언제부턴가 유튜브에서 보이는 10대 청소년들의 명품 언박싱 영상! 요즘은 '하울'이라고 불리곤 합니다.
(*하울(Haul) :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
샤넬, 구찌, 프라다, 디올 등 성인이 지불하기에도 값비싼 명품들이 영상에 나오곤 합니다. 수익 활동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이 명품을 가진 아이러니한 상황은 SNS, 유튜브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너무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럴 리가요! 명품의 금액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와 금액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와는 별도로 명품의 주 고객층이 10대가 되었을 정도로 10대들에게 명품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50~100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은 어떻게 소득이 없는 10대 삶 속에 스며들었을까요?
SNS 사진 한 장으로 정체성 증명하는 10대에게
일종의 '계급장'
한 전문가에 따르면 소비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또래 문화에 영향을 받고, SNS를 통한 비교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20~30대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주관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10대는 또래 집단 문화가 강해 그 안에서 좋은 걸 모방하고 동조하려 한다.
_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명품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그로 인해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과시욕이죠. 더불어 함께 있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서로를 따라 하려는 성향도 존재합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비즈니스의 미래』에 이러한 현상을 '탕진을 재미로 받아들이는 사회'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 탕진’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종종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앞부분에 나오는 파티 장면은 그야말로 문명 사회의 포틀래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도 비슷한 예가 나온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큰 성공을 거머쥔 실존 인물인 투자은행가 조던 벨포트(Jordan Belfort)의 파격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포틀래치와 같다. 이 영화는 너무나도 비윤리적이고 상식적인 궤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개봉되었다.
*포틀래치 : 더 호기롭고 더 대담하게 재산을 뿌려대고 파괴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_<비즈니스의 미래> 中
야마구치 슈의 말처럼 명품 소비가 유행이 된 지금은 '비윤리적이고 상식적인 궤도를 벗어났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품 소비가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쉽게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죠.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친구들 간의 계급 발생, 금액을 모으기 위한 도난 등 여러 부가적인 문제 또한 일어납니다.
실제로 이런 사치로 경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사회, 파괴적 소비만이 예찬받고 재산을 탕진하는 수위에 따라 사회적 지위의 우열이 결정되는 포틀래치가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이는 분명 지옥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우열을 가리는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원리적으로 피라미드의 초고층에 자리한 극소수의 사람들밖에 없다. 포틀래치가 정상적인 상태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그저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_<비즈니스의 미래> 中
우열을 가리는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원리적으로
피라미드의 초고층에 자리한 극소수의 사람들밖에 없다.
슬프지만 정확한 현실을 집고 있는 이 문장은 10대 명품 소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능력을 벗어난 소비는, 결국 다른 힘든 상황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야마구치 슈는 『비즈니스의 미래』에서 수단적 소비와 자기 충족적 소비로 나눠 현대인의 소비 양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가 입고 있는 옷이 너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지 않는다.
네가 멋있고 훌륭한 사람이면 어떤 옷을 입어도 당당하고 멋있다.
그런 것도 없이 옷 새로 사서 입고 신경 쓰는 건 고급스럽지 않다.
방송인 서장훈 님은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쇼핑중독녀 사연에서 이러한 얘기를 건네줬습니다.
10대 명품 하울이 유행이 되어버린 요즘,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