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창시자는 소설가입니다 여러분
* 이 글은 <지식 편의점3>에 실린 본문을 인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자로 잘못 알고 있는데 사실 융은 프로이트의 긴밀한 학문적 동지입니다. 융은 콤플렉스라는 말을 제일 처음 제안한 사람이자,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추종하는 MBTI 검사의 학문적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죠.
그가 쓴 『심리 유형론』에서는 인간의 성향을 몇 가지 기준으로 나누고 있어요. 하지만 그가 직접 MBTI 검사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MBTI 검사의 학문적 토대를 만든 구스타프 융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줄인 말입니다. 마이어스-브리그스 유형 지표라고 하는데요. 작가인 캐서린 쿡 브리그스와 그녀의 딸이자 역시 작가인 이사벨 브리그스 마이어스가 함께 개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MBTI를 개발한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산업계에 일손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이 직업 전선으로 동원되었는데, 그때 여성의 성격을 구분해 가장 적절한 업무를 찾아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현재 잔존하는 이런저런 것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은데, 제2차 세계대전은 정말 인류의 역사를 크게 바꿔놓은 사건임은 틀림없는 것 같네요.
MBTI의 문제점은 이론도, 실제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융의 이론 역시 심리학이 근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때라 요즘의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의 꿈을 들어보니~’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융은 ‘환자들의 성격을 분류해 보니~’ 정도로 직관적인 유형 분류를 했던 것이죠.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이론으로 실천적인 지표를 만든 MBTI는 더욱더 과학적이지 않았습니다.
소설가들이 융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었거든요.
MBTI 해석에 사용되는 심리 역동 위계는 융의 해석과 거리가 있는 MBTI 개발진의 독자적인 이야기라는 비판이 이미 1960년 대부터 제기되었습니다.
MBTI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처음 만들어질 때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몇십 년간 사용하면서 통계적으로 다듬어지고 입증된 것도 있으니 근거가 생겼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검사하는 것만으로는 성격 유형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정식으로 검사한다고 해도 인간의 성격 스펙트럼은 그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에 MBTI는 참고 자료일 뿐 절대시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MBTI가 연인 간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거나 심지어 취업할 때 참고 자료로 쓰인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MBTI가 그 정도의 신뢰성을 가진 테스트는 아닙니다. 재미로, 단순한 참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테스트는 자칫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핑곗거리로 쓰이기 쉽거든요. 예를 들어 내면의 용기가 부족해 실행하지 못한 일을 두고, 나는 I(내향형 성격)니까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말이죠.
더더욱 자신이 되고자 원하는 사람에 대한 지표도 아닌 거죠. 원하는 성격이 있다면 그렇게 바꿔나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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