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 긍정 리뷰보다 한 개의 악플이 더 센 이유
작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한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음식점 자영업자로 추정되는 분이 올린 사진인데요. 그 사진에는 보고도 '으잉?' 두 눈을 의심하게 되는 음식 주문 요청사항이 적혀있습니다. 별점을 명분으로 무리한 서비스를 바라는 글.
악성 리뷰 갑질
사실 악성 리뷰 갑질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로 배달을 시키는 인구가 많아지자, 점점 그 허점을 노리고 배달 앱의 별점으로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진상 손님들이 많아진 것이죠. 특히 2021년, 별점을 악용해 갑질을 일삼은 고객 때문에 뇌출혈로 결국 숨지고 만 50대 업주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더욱 쉽게 넘겨선 안될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악성 리뷰 갑질에 참고 참았던 자영업자들이 다 같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 배달 앱의 제도 개선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댓글을 지우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배달 앱 회사 측은 가맹점주에게 댓글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악성 댓글이 달리더라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이죠. 댓글로 구매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장점도 있지만, 현재로선 그 부작용 사례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별점 1개짜리 리뷰가 한 개라도 올라오면 그 날 장사는 망쳤다고 봐야 됩니다.
_조선비즈 '은평구 햄버거 가게 점주' 인터뷰
배달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진 지금 어쩔 수 없이 업주들은 을의 입장이 되었고, 갑질을 일삼는 ‘무개념 손님’들로 인해 댓글은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흉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댓글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까?
아이비리그 대학 심리학과 최초의 한국인, 안우경 교수가 쓴 <씽킹 101>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부정성 편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말하고 있죠.
연구자들은 2007년 8월부터 2008년 4월 사이에 아마존닷컴(Amazon.com)에 올라온 300개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 다음 각 상품의 판매 순위를 집계하고, 각 상품에 달린 긍정적 리뷰(별 네 개 또는 다섯 개)와 부정적 리뷰(별 한 개 또는 두 개)의 개수를 취합하여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예상대로 긍정적인 리뷰가 많이 달린 상품일수록 판매 순위가 높았고, 부정적인 리뷰가 많을수록 판매 순위가 낮았다. 그러나 이 연구의 포인트는 긍정적/부정적 상품평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교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긍정적인 리뷰보다 부정적인 리뷰가 상품의 판매 순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씽킹 101> 中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Susan T. Fiske, “Attention and weight in person perception: The impact of negative and extreme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8, no. 6 (1980): 889–906.)
연구 결과처럼 부정성 편향은 우리를 공정하고 올바르지 못한 선택으로 이끌 가능성을 높입니다. '수십 개의 긍정적인 리뷰가 달려 있는 데도 한두 개의 안 좋은 리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것'과 비슷하게요.
그렇다면 우리는
부정성 편향을 피할 수 없을까요?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는 또 다른 인지 편향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옵션 자체가 아니라 그 옵션이 어떻게 묘사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프레이밍 효과의 예시를 몇 가지 살펴본 바 있다. 하나는 우리는 정시에 도착할 확률이 88%인 비행기를 선택하면서 지연될 확률이 12%인 비행기는 피한다는 이야기였고, 또 하나는 자동차의 기본 모델 가격을 제시한 뒤 옵션을 하나씩 추가해 나간 딜러보다 풀 옵션 가격을 먼저 제시한 다음 옵션을 하나씩 빼 가며 설명했던 딜러의 실적이 더 좋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같은 내용이더라도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부정적 측면이 지나치게 신경 쓰일 때 긍정적인 방식으로(무엇을 거절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지를 묻는 식으로) 질문의 틀을 다시 짠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씽킹 101> 中
<씽킹 101>에서는 또 다른 인지 편향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리뷰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리뷰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바라보는 것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다른 결과가 나오겠죠?
이처럼 <씽킹 101>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인지 오류 상황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악성 댓글을 쓰는 행위도 문제이지만, 악성 댓글에 휘둘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 다들 인지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올바르고 가치 있는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