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다이어트 리얼리티 〈비기스트 루저〉 방영 당시 118kg에서 47kg까지 감량한 우승자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죽지 않을 만큼 먹고 몇 시간씩 운동하며 몸을 혹사한 결과다. 우승자를 비롯해 방송 참가자들은 매우 뚱뚱했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비만인들을 선별했기 때문이다. 방송은 수백만 시청자에게 ‘당신은 인생의 낙오자를 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흘린다. 시청자들은 나 정도면 날씬한 편이라고 비교하거나 저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은 인생의 낙오자를 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흘리는 방송 매체
그러나 방송을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한 참가자들은 14명 중 4명이 출연 전보다 체중이 더 늘었고 나머지 출연자들 또한 10kg 이상 요요현상을 겪었다. 조사 결과 이는 이 방송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시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고 상당수의 사람이 살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수치심을 안고 자기혐오에 빠져들었다.
다이어트로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다이어트로 이익을 본 사람은 결국 뚱뚱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를 전시한 방송국과 후원 기업들이었다.
수치심 머신 입장에서는, 고통스럽고 다루기 힘들며 비밀에 싸인 유행병만큼 남는 장사도 없다. 실현되지 않는 헛된 희망을 파는 시장은 탄탄하다. 실패는 다이어트 사업모형의 핵심으로, 대형 다이어트 업체의 수익을 올려준다. 이들은 수치심에 빠져 자기혐오를 반복하는 무수한 고객으로부터 이윤을 취한다.
대형 다이어트 업체 웨이트 와처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리처드 샘버는 일간지 『더 가디언』에서, 고객의 84퍼센트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다시 우리 회사를 찾는다며 “바로 이것이 사업을 굴리는 원천이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체중 감량 프로그램은 눈에 띄는 성과를 장담한다. 이들은 주로 극적으로 달라진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기만적인 통계와 함께 보여주며 마케팅한다. 숫자로 사기 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_<셰임 머신> 中
<셰임 머신>의 작가 캐시 오닐은 불안과 자기혐오에 기반한 수치심이 비단 다이어트 산업의 특징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치심은 신체, 건강, 도덕 등 규범에서 파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친다고 자각하는 순간, 존엄성이 부정당한다고 느낀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비만, 빈곤, 약물 중독과 같이 저변에 깔린 수치심을 이용하여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수치심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수치심을 자극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거대 디지털 기업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외모나 조악한 취향, 정치 이슈를 놓고 서로 조롱하도록 갈등을 부추긴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혐오 정서를 군중에 전파하며 수치심의 악순환을 영구화한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이끄는 디지털 업계는 온라인에서의 조롱으로 이윤을 얻을 뿐 아니라 이런 행동을 이용하고 퍼뜨린다. 대형 연구실에서 수학자는 심리학자 및 인류학자와 긴밀히 협업해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기계를 학습시킨다.
이들의 목적은 이용자를 온라인에 끌어들여 광고라는 금광을 캐는 것이다. 이용자를 단단히 붙잡는 수단으로 조롱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섹스만큼이나 강력하다. 데이터 과학자와 고위 경영진이 조롱에 기반한 전략을 따로 세우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여기에 주목한다. 조롱은 트래픽을 올리고 수익을 높인다.
_<셰임 머신> 中
캐시 오닐은 《셰임 머신》에서 이 일련의 과정을 수학자이자 알고리즘 설계자의 관점에서 상세히 분석한다. 저자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 가난, 젠더, 피부색, 정치적 입장 등 다방면에 걸쳐 왜곡된 수치심이 확산하고 이를 정치적,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수치심 머신(Shame Machine)’이라고 정의한다.
수치심 머신(Shame Machine)
그리고 이 수치심 머신이 작동하는 사례는 우리 일상생활에 이미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우리의 수치심이 그들의 돈과 권력이 되는 시대.
당신은 어느 쪽에서, 어떤 상황에 서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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