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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May 22. 2023

참을성 없는 사람들의 공통된 '어린 시절'

우리는 늘 아이들을 생각하면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밝고 환하게 웃는 모습과 마트에서 떼쓰며 우는 모습."


두 모습 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행동이자 거쳐야 할 과정인데요.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후자만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에 점점 지치고 양육에 버거움을 느끼곤 하죠.


그래서 점점 미디어를 빠르게 노출시켜 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수용해 주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는 부모





아이들이 울음 없이, 마음의 상처 없이 자라면 좋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난관도 없이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는 부모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참을성이 없는 아이로 자란다고 <도파민네이션>에서 말합니다.






'<도파민네이션> 사례 中'



케빈이라는 나의 환자는 2018년 당시 열아홉 살의 나이에 부모들에게 등을 떠밀려 나를 찾아왔다. 부모들의 걱정은 이랬다. 케빈이 학교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 일을 계속하지 못한다, 가정 내 규칙을 전혀 지키려 하지 않는다.





그의 부모들은 모든 부모가 그렇듯 완벽과 거리가 있었지만 케빈을 도우려 애쓰고 있었다. 학대나 방치의 기미는 없었다. 문제는 두 사람이 케빈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들한테 스트레스를 줄까 봐” 혹은 “정신적 외상을 줄까 봐” 두려워했다.


어린이는 완성된 축소형 성인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다. 고대에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축소형 성인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서구 문명에서 어린이는 선천적으로 악하다고 간주되었다. 부모와 보호자가 할 일은 아이들이 사회화를 통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훈육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체벌과 공포심을 쓰는 전략은 전적으로 용인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날 내가 만난 많은 부모는 자식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무언가를 하거나 말하기를 무서워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감정적 고통이나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쭉 타고 올라가다 보면 프로이트가 등장한다. 유아기의 경험이 오랫동안 잊히거나 의식적인 자각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도 평생 심리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설명은 정신 분석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유아기의 트라우마가 성인의 정신병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통찰은, 모든 도전적인 경험이 우리를 심리치료용 소파로 데려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변질됐다.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 발달심리학과 공감이 강조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가치를 성취도와 별개로 인정하고,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신체적·정신적 야만 행위를 삼가며, 사고하고 배우며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유년기를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관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세상에 대처할 방법도 모르게 된다.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케빈은 우리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그때 난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 “저는 언제든 뭐든 원하는 대로 해요. 침대에 계속 있고 싶으면, 침대에 계속 있고요.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으면 비디오 게임을 하고요. 코카인 좀 들이키고 싶으면 딜러한테 문자를 해서 그가 코카인을 놓고 가거든 그걸 들이키죠. 섹스를 하고 싶으면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찾아내서 만난 다음 섹스를 해요.”


“그게 너한텐 어땠어, 케빈?” 내가 물었다.

“별로였어요.” 그는 바로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데이비드와 케빈 같은 환자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든든한 가족, 질 높은 교육, 재정적 안정성, 양호한 건강 등 인생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도한 불안감, 우울감, 신체적 고통을 스스로 키우는 듯한 이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침에 침대에서도 겨우 빠져나온다.






* 심리적으로 강한 사람 되는 법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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