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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Jun 15. 2023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다 보면 자신의 삶을 잊곤 하죠? 출산과 동시에 밤낮 없는 일상이 되어버리고, 자신과 더불어 사람 한 명을 더 보살피고 키워야 하니 자연스레 가장 익숙한 '자신'을 뒷전으로 하기 마련입니다.


요즘처럼 아이를 키우기 더 힘든 사회 속에서는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그 대상을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이 많습니다.


'아이'만을 위한 삶을 사는 엄마들





정작 자기 자신을 챙길 여유조차 없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아이의 엄마이자, 20여 년 넘게 초등 교사로 활동한 정혜영 작가의 <어린이의 문장>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린이의 문장』 中


아이들이 자라면서 내가 직접 소매를 걷어붙여 나서야 할 일이 줄어드니 ‘나의 시간’이 생겨났다. 사실 애초에 꼼꼼히 가족과 살림을 챙기는 현모양처형은 아니었기 때문에 없던 시간이 생겼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늘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가족들은 ‘엄마의 시간’을 절대로 ‘사적인’ 시간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쟁취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엄마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일과 가사를 제대로 다 하려다 보면 일하는 엄마의 시간은 공기 중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사라지기 쉽고, 허망한 뜬구름처럼 붙잡기 어렵다. 선택과 집중. 언제나 이것이 관건이다.


그렇게 내 시간을 확보해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조용히 집중해서 책 읽기? 글쓰기? 하다못해 스마트폰 웹서핑이라도? 나는 그저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가정에서 ‘엄마의 시간’은 ‘가족의 시간’과 동의어였으니까. ‘내’가 없고 ‘엄마’만 있었으니까.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을 원했다.


'내'가 없고, '엄마'만 있었던 시간



엄마들에겐 초능력이 있다. 부엌에 앉아 뭔가를 하려다 보면 온 가족이 신경 레이더망에 걸린다. 집안 식구들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하나 실시간 포착되니 책을 잡아도, 글을 써보려고 해도 도통 집중이 될 리가. 그래서 자리 잡은 곳이 우리 집 가장 구석방이었다. 비록 등받이도 없는 작은 스툴 의자와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을 밀치고 마련한 좁은 공간이지만, 책과 태블릿을 놓았더니 그 공간이 나의 서재이자 글을 쓰는 작업실로 바뀌었다.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니 그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엄마와 아내의 시간을 침범하던 가족들이 내가 필요한 일이 생길 때면 조심스럽게 알현(?)을 청한다. 물리적인 위치만 옮겼을 뿐인데 사람의 인식에도 큰 차이가 생기나 보다.


일단 나부터 집중이 되어 좋다. 애매한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때는 온 가족에게 신경을 쓰느라 내 시간에 집중을 못했다. 그런데 구석에 들어와 있으니 가족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서 신경이 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남편도 이 방에서 내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문을 빼꼼히 열었다가 그냥 가곤 한다. 그렇게 바라던 엄마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이 인정된 듯했다.


엄마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


아내의 셀프 감금(?)이 어색한지 남편은 가끔 들어와 건드리고 갈 때도 있고, 엄마가 고파진 아들 녀석이 무심히 들어와 침대에 가만히 누웠다 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쟁취한 나의 시간인데, 허투루 쓸 수 없다. 매몰차게 눈길을 거둔다.


그렇게 ‘딴짓’도 할 수 있는 엄마의 사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내가 머무르는 곳에는 단지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공간과 내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감각이 되어 습관화된다.


이 공간이 참 좋다. 내가 내 본 모양과 만나는 것 같아서 마냥 좋은 공간. 다른 사람이 명명해준 역할을 잠시 접고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 아이들의 문장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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