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인셉션>, <테넷> 등을 연출한 이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8월 15일 국내에 개봉합니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린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로 전해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던 비밀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의 물리학자인데요. 세상을 바꿔버린 '핵'의 개발에 관한 내용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었고, 이미 개봉된 미국에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호평이 일색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분이 기대하고 있는 내용은 바로 이거겠죠!
핵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속마음과 고뇌
사실 많은 과학 기술의 발견과 발전은 그에 합당한 윤리적 문제와 딜레마를 마주합니다. '핵'은 세상을 바꿨으니 그 문제가 더 크겠죠. 영화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도서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에서는 오펜하이머가 핵을 만들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서 어떻게 부탁했는지, 과학 기술 발전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출처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中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책임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에서 최초의 원자 폭탄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힌두교의 주요 성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나중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끔찍한 파괴의 진상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에게 전해졌을 때, 많은 과학자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뒤늦게 자책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펜하이머는 일본에서 폭탄이 터진 후 트루먼 대통령을 방문하여 핵무기에 대한 국제적 통제를 이야기했다. 소련의 핵 개발을 걱정한 트루먼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오펜하이머가 항의하면서 손에 피가 묻었기 때문에 행동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하자, 화가 잔뜩 난 트루먼은 양심의 가책을 받는 과학자를 꾸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피는 내 손에 묻었으니, 걱정도 내가 하겠소.”
그런 다음 트루먼은 오펜하이머를 집무실 밖으로 쫓아냈다. 전과 달리 겸허해진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 같은 것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와 같은 광기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신 콤플렉스가 있는, 영광에 눈이 먼 과학자들이 새로운 바이러스부터 마이크로 블랙홀, 지각 있는 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오만은 결코 잘 어우러진 적이 없다.
트루먼과 오펜하이머의 대화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트루먼이 기술의 어두운 면이 초래하는 영향을 ‘걱정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주장할 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겨난다.
누가 과학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살펴야 할까?
실제로 과학자들의 의도는 선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흔히 야망에 눈이 멀거나 아니면 그저 새로운 혁신을 좇느라 한 가지에만 몰두한다. 오펜하이머의 경우처럼, 일단 지니를 병 밖으로 나오게 하면 과학자는 더 이상 자신의 창조물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창조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거나(가령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나 인터넷처럼), 경이로운 새 발명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다른 계획과 지침이 있을 수 있는 더 강력한 기관(가령 정부, 기업 CEO, 신테크노크라트)의 재산과 소유물이 된다.
이 현대의 경이로운 업적들을 가장 잘,
그리고 가장 현명하게 사용할 방법은 누가 정해야 하는 걸까?
기술은 혁신적 발전에 대한 우리의 윤리적 분별력을 앞지르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과학자들을 신격화하지만, 그들은 윤리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거의 숙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플라톤은 한 사회의 이상적인 지도자가 윤리와 도덕 철학의 원칙에 숙달한 현명한 철학자 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군도, 정치인도, 수학자도, 기술적 전문 지식을 지닌 사람도 의사 결정자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기술자들은 차세대 아이폰을 훌륭히 설계하고 만들었지만, 리더십의 무거운 왕관이 그들에게 씌워져서는 안 된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따르는 자아 함정ego trap에 빠지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아주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전문적인 인정과 칭찬을 자연스럽게 추구하지만,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자아 부비트랩을 갖고 있다. 로봇 공학자이자 AI 윤리학자인 캐슬린 리처드슨Kathleen Richardson 박사는 많은 AI 연구원과 엔지니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신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자신을 창조자로 생각하죠.” 알다시피 책에서나 영화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좋게 끝나는 법이 없다.
출처 : 도서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격동의 시대, 찬란하고 그늘진 과학 기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