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엄청난 건축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한민국에도 멋진 건축물이 많지만 저는 특히 고대부터 지금까지 쭉 건재한 건축물 중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떠오르는데요!
피라미드의 거대한 크기부터 의미, 그리고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까지 복합적으로 생각할 바가 많아 한 번은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대의 피라미드에서 지금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가상 세계의 의미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을 아셨나요!
과연 고대에서 미래까지, 피라미드에서 가상 세계까지.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세계적인 메타버스 기업 CEO 허먼 나룰라의 책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내세라는 가상 세계에 대한 강렬한 믿음으로 완성될 수 있었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가상 세계를 통해 더 나은 현실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피라미드를 만든 이유
괴베클리 테페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집트 기자에는 4000여 년 전에 캐내고 운반해 쌓은 돌이 끝없이 쌓여 있다. 상상의 세계를 실감나게 만들 수 있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고대 이집트 제4왕조가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결과이다. 피라미드는 인간의 기준으로만 죽었을 뿐 내세에 멀쩡히 살아 있는 왕들이 불편함 없이 살도록 모든 기능을 갖춘 정식 왕궁이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평생 이런 사후 세계의 의무와 약속을 마주 하며 살았다.
이렇게 덧없는 다른 세계를 믿었던 옛 사회의 신앙을 우리보다 미개한 사람들이 따르던 종교나 미신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생산성을 앞세운 요즘 시각으로는 피라미드를 아름답지만 쓸모 없다거나 감탄할 만하지만 배울 점은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극히 편협하고 미숙한 시각이다. 생산성만을 사회적 가치의 척도로 삼을 수 없다. ‘물건’만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상상의 세계를 구상할 때는 생산성 대 비생산성의 이분법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세상을 생산성과 실용성의 관점으로만 보려고 고집한다면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도 못한다.
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를 만들 때 그랬듯 메타버스도 우리 사회의 시간과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큰 문화적, 기술적 과업이 될 것이다. 그만큼 ‘진짜’ 세계를 등지고 메타버스로 불리는 디지털 세계에 빠져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피라미드처럼 더 큰 가치를 창출해 현실 세계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가치는 과거와 달리 가상 세계의 창조자나 의사 결정권자가 독식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유할 것이다.
놀이와 재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가상 세계의 큰 가치이다. 최초의 가상 세계는 끝없이 이어지는 추운 밤이나 어둠 없이 이어지는 백야를 견디며 사회 집단이 서로 위로하고 단합하기 위해 지어낸 신화나 민담이었다. 이야기는 화자와 청자, 저자와 독자, 예술가와 관객으로 나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인간의 독창성으로 세울 가상 세계는 만드는 자와 소비하는 자의 경계가 흐려져 모두 함께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곳이 될 것이다. 참여자 모두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을 때 이야기는 어엿한 세계가 된다.
현실과 혼동할 만큼 실감 나고 매혹적인 세계를 만드는 이유는 인간이 실용적인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독창성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세계의 규칙은 한 번 정하면 새로운 요소를 더할 때마다 원래 있던 규칙 안에서 작용해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고 극적인 내용이라도 기존 틀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원래 속한 세계의 규칙을 따라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신화나 이야기는 한 번 만들어지면 고정되지만, 가상 세계는 역동적인 창조 과정이므로 현실 세계에 ‘반응’할 수도 있다.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생생하면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가상 세계 참여자들은 그 세계의 반경을 정하거나 넓혀가고, 자기 말과 행동으로써 의미와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집 짓는 일이나 농사처럼 가상 세계 건설도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야기가 믿음을 먹고 살아나 우리가 들고 탐색하고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세계가 되는 순간, 가상 세계는 놀이와 재미의 가치를 초월해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인 도움이 된다. 창의성을 발휘해 가상 세계 건설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깊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가상 세계는 인간이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만든 문화기술이자 사회가 굴러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이다. 스포츠 세계의 승패는 국가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외교 활동이 되며, 여기서 명성을 얻으면 타인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다른 세계’를 이용해 평범한 물건이나 사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일상의 심리적 가치를 높인다. 우리가 ‘가상 세계에서 놀고’ ‘가상의 점수를 얻는’ 데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마음 깊은 곳의 욕구 때문이며, 우리는 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정신적, 감정적 만족감을 느낀다. 고대 이집트 인들이 피라미드를 지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가상 세계에 공을 들여 현실에서 더 나은 삶을 누렸다.
*고대부터 이어진 가상 세계의 본질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