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으로 살아남는 법

영화 <밤쉘> 그리고 <요즘 직장 생존법>

by 나름이

최근 <밤쉘>이란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17만 명이란 관객을 동원해 이목을 끌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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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연대가 필요한 이유'


특히 영화 평론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줬다며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30000647487_1280.jpg 밤쉘 포스터



영화의 무대가 되는 '폭스뉴스'란 미국 보수 뉴스 채널은 로저 에일스라는 회장 아래 수많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판 앵커인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이 여성의 날을 기념해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뉴스에 나오죠. 그 모습을 본 회장은 크게 소리를 치며 그레천을 해고합니다.



아무도 TV에서 중년의 여자가 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



영화에서는 그레천 말고도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관을 지적했다가 오히려 마녀사냥을 당하는 메긴 켈리, 신입 아나운서로 로저 에일스 회장에게 부당한 요구를 받은 포스피실까지. 세 명의 공통점은 '로저 에일스 회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라는 점.



13212_25960_5947.jpg <밤쉘> 영화 속 메긴 켈리, 그레천 칼슨, 포스피실(왼쪽부터)



사실 이 세 명 말고도 회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대 권력의 억압, 생존의 문제로 오히려 목소리를 외치는 세 명을 적으로 몰아가기에 이르죠.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실제 미국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영화 그대로 로저 에일즈 회장은 수십 명을 성희롱한 죄로 불명예 사퇴를 하기에 이릅니다. '미투'를 진행한 그레천 칼슨은 약 239억 원의 합의금을 받았죠.



cats.jpg <밤쉘>의 실제 모델인 전 폭스뉴스 로저 에일스 회장(왼) 전 폭스뉴스 간판앵커 메긴 켈리



영화 <밤쉘>은 단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0년도에도 여성들이 겪는 유리 장벽과 권력의 힘, 나아가 연대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죠.


비단 미국 만의 이야기일까요?




30대가 넘어 이직 준비를 할 때, 자소서는 잘 합격하는 편인데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나의 직무에 대해 물어오던 면접관의 마지막 단골 질문은 “결혼하셨나요?”였다. 안 했다고 하면 이어서 묻는다. “그럼 결혼 계획은 있으신가요?”


누가 나이와 성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라고 했나? 내가 겪은 대부분의 경력직 이직 면접장에서는 결혼과 남자친구 유무가 나의 역량보다 더 큰 관심사였다. 내게 그 질문을 하지 않은 건 가장 마지막 면접을 보고 합격한 현재 회사뿐이었다.



나 역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난 만큼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다. 보고하러 들어갈 때마다 웃통을 벗고 팔굽혀펴기를 하던 상사. 주말에 드라이브 가자던 유부남 상사, 술만 먹으면 밤 11시든 12시든 지금 당장 나오라고 계속 전화하던 선배. 그들이 내게 쉽게 추근댔던 이유는 자신이 나보다 지위가 높아 접근하기 쉽고,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4년간 지리멸렬한 일들을 겪고 나니 이제는 웬만한 부적절한 언행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역으로 뜨끔하게 느낄 정도의 농담으로 되갚아줄 만큼 내공이 쌓였다.


<요즘 직장 생존법> 中





<요즘 직장 생존법>의 저자 M과장도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은 들을 수 없는 '사적인 질문'을 면접에서 듣고, 불합격 통지표를 받은 수많은 여성들. 그렇지 않은 직장이 훨씬 더 많지만, 문제가 되는 소수의 회사, 상사, 직원들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은 계속해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피하기보다 목소리를 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밤쉘>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목소리도 계속 모이면 대권력의 견고함에 균열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ee8f58e539b22ce0ff1adc364361ced09019b44d.gif 영화 <밤쉘> 中



영화 <밤쉘>에서는 특히 고민하는 인물들이 눈에 띕니다.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경우죠. 하지만 겪은 일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잊히기보다 선명하게 떠오르기 마련이죠.


놀랍게도 그 기억은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조금씩 잊히고,

주변 환경 또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건 대비 다소 가볍게 여기는 성추행과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 그리고 인사보복. 정확히 이런 패턴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소 가벼이 여기는 것 또한 사건을 키운다. ‘그 정도는 그냥 네가 참아’ 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상황만 곪아 터지는 것. 누군가 당신에게 성추행의 불쾌함을 고민하고 상담해온다면 성심성의껏 그 사람이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물적, 심적 도움을 주기 바란다.


오히려 떠들썩한 뉴스의 강력한 성폭행 사건보다 이런 형태의 성추행이 더 많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유형이다. 그녀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그 팀장과 트러블이 없었다면 직장인으로서의 그녀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요즘 직장 생존법> 中




107c4f5ea9708ab1894db5fd069c89dd44a1026e.gif 영화 <밤쉘> 中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밤쉘>에서 보여준 목소리의 힘. 일만 하기에도 힘든 직장 생활, 또 다른 무언가로 고통받고 있다면 참지 말고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직장 내 성추행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상사의 인신공격과 정치공작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절대 당신 탓이 아니다.

<요즘 직장 생존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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