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수면 부족으로 망한 '아메리칸 어패럴'
도브 차니가 아메리칸 어패럴을 설립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다가가기 편한 상사가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코딱지만 하던 회사가 글로벌 소매업체로 성장하여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의류 제조업체가 되자, 차니는 직원들에게 친근한 상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점점 더 사로잡혔죠.
그야말로 ‘열린 문 정책’이 시작됐습니다. 비단 사무실 문만 열려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화도 이메일도 모두 열려 있었어요. 차니는 소매 재봉사부터 영업사원,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직급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직원들 중 누구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초반에는 이 정책이 경영에 도움이 됐습니다. 차니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숙지하고 있었고, 관료주의 때문에 직원들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미리 손을 썼으며, 관료주의 자체가 뿌리내리지 않도록 대비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이 긍정적으로 확대될수록 그가 치러야 하는 대가도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의 비극직 실패의 원인은
CEO의 수면 부족이었다.
갑작스럽게 20개국에 250개의 점포를 연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보십시오. 2012년 무렵, 차니는 하루 수면 시간이 정말 얼마 되지 않았고 2014년 무렵에는 잠을 거의 자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항상 누군가는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차가 큰 어딘가에서 문제를 겪는 직원이 ‘열린 문 정책’을 활용하여 그를 잡아두었죠.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드는 신체도 그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비극적인 실패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주요 근본 원인은 바로 CEO의 극도로 누적된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인간이 20시간가량 수면을 취하지 않은 채 활동을 계속하면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뇌가 느리게 반응하고 판단력이 심각하게 손상된다는 의미죠.
차니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정신을 잃어갔습니다. 면도를 하지 않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고 눈동자는 흐릿했다. 한번 화가 나면 기본적인 판단을 내리지도 예의를 차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 분 전에 내린 지시와 전혀 모순되는 지시를 내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파멸을 향해 기를 쓰고 달리는 사람 같았어요. 그러나 여전히 그가 상사였으므로 다른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죠.
결국 도브 차니는 회사에서의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자금 조달 조건을 받아들였다가는 자칫 회사가 넘어갈 판국이었는데 그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조건에 동의했던 것이죠. 이사회 앞에 앉아 있던 그는 연거푸 인스턴트커피 분말 포장지를 뜯어 찬물에 타 섞어댔습니다. 깨어 있기 위해서는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했어요. 그리고 회의장을 나설 때 그는 이미 직장을 잃은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과로한 사람은 위기를 만들고 더욱 열심히 일해서 그 위기를 해결하려고 애씁니다. 녹초가 되어 제 갈 길을 잃은 정신 때문에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죠. 더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아무도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점점 더 분노하게 되고요.
잠은 죽으면 실컷 잘텐 데요?
이런 사람들은 몇 시간 더 일하겠다고 자신의 건강을 내놓는 셈입니다. 긴급해 보이는 일시적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자신의 비즈니스 혹은 직장 생활의 장기적 생존 능력을 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잠을 사치로 생각한다면 바쁠 때 1순위로 버리는 게 잠이 될 것입니다. 모든 일을 끝내야만 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업무와 타인이 끊임없이 당신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신은 기계처럼 혹사당하다가 결국 지쳐 쓰러지고 말 거예요. 사람들이 관리는 하지도 않으면서 늘 작동할 거라고 생각하는 기계처럼 말이죠.
이건 성공이 아니라 고문입니다. 누구도 이런 생활을 오래 견딜 수 없습니다. 나아가 당신의 몸이 살기 위해 고투하는 상황이라면, 비축해 둔 에너지를 기본적인 신체 기능을 위해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의 정신과 영혼은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행복? 고요? 고독 혹은 주변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기? 과로하고 지친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의 얘기일 뿐입니다.
일, 관계, 우리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에너지를 신중히 활용하죠. 잠을 자야만 최고의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대한 사람들은 잠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들은 ‘노’라고 말해요. 한계에 부딪히면 잠자리에 듭니다. 수면 부족이 판단력을 훼손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아요. 잠을 자지 않고도 제 기능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지만 충분히 현명하고 자기 인식을 잘하고 있는 그들은 누구든 휴식을 충분히 취할 때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답니다.
참조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