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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Apr 12. 2021

암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알리는 의사의 속마음

'힘내라'는 예의상의 말조차 하지 못했다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때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늘 힘들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죠? 저 역시나 평소보다 힘들 때, 무기력해질 때, 지쳤을 때, '차라리 어젠 좋았었는데..'하고 후회하는데요. 이처럼 당연한 하루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단 사실을 종종 깨닫지만 계속 인식하고 실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아마 깊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당연했던 아침, 당연했던 걸음, 당연했던 행복 모두가 당연하지 않은 게 된다면, 그 아픔은 더 크게 다가올 듯합니다.

그걸 알리는 의사의 마음은 어떨까요?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최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서울대학교 종양내과에서 근무 중인 김범석 교수님이 나와서 환자를 대하는 이야기를 털어놨는데요. 그는 "여전히 어렵다."라며 어쩔 수 없이 직업적으로 안 좋은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 환자의 어린 가족들, 아이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게 가장 어렵다 고 말했습니다.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많은 의사분들이 같은 마음이겠지만, 김범석 교수님에게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자신 또한 15살이었을 때, 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드렸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더욱 환자들의 마음, 환자를 떠나보내는

보호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몇 학년이니?”

“… 중학교 2학년이요.”

그 대답에 괜찮을 거라거나 힘내라거나 하는 예의상의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그 아이에게서 내 어릴 적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폐암 진단을 받았던 것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수술을 받으셨지만 암이 재발했고, 여러 가지 치료에도 불구하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가던 무렵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내게는 살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아버지라는 보호막 없이 홀로 선다는 것은 내게 그런 일이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아야 한다. 아버지라는 그늘 아래에 머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던 나이에 정신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잘못은 아니었으나 온전히 내가 견뎌내야 하는 내 몫이었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中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비슷한 시간을 겪은 한 명의 어른으로서, 환자의 목숨을 소중히 대하는 의사로서, 매번 진심을 다하는 김범석 교수님.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의 환자를 만나는 고된 직업이지만 절대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 교수님의 모습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출처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4기 암 환자들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시간의 마술사 김범석 교수님!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통해 봐주시길 바랍니다 :)




참고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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