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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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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04. 2021

기분 좋은 피로

깊고 고요한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예감

달리기와 요가를 시작한 지 2주가 되어간다. 지난 며칠간은 저녁 약속과 할 일 때문에 운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요가는 안 빼먹고 했다!) 오늘은 모처럼 런데이-요가(피로감을 덜어내는 플로우 : 빈야사)-플랭크까지 이어서 했다. 기분 좋은 피로와 조금의 성취감을 느낀다. 마감이 코앞에 닥쳤거나 할 일이 많을 땐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눈과 머리, 정신은 몹시 피곤한데 막상 몸의 에너지는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예민해지고 수면의 질도 안 좋은데 운동을 못했다는 생각에 경미한 죄책감과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불쾌감이 극에 달한다. 얼른 끝내버리고 다시 저녁에 여유시간 만들어서 운동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달리기가 조금씩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동시에 약간의 강박도 생겼다. 4일 못 뛰었을 뿐인데 기분이 가라앉고, 초조해졌다. 조금 쉬었다고 더 힘들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걱정과 달리 가뿐하게 뛸 수 있었다. 페이스도 지난 토요일에 한강을 뛰었을 때보다 더 좋았다. 몸도 슬슬 적응해가는 듯하다. 오늘은 1분 30초 뛰고 2분 걷기를 6세트 했는데, 1~3세트는 신나서 뛰었고, 4세트부턴 옆구리가 당겨서 다소 느리게 뛰었다. 해 질 녘에 뛰기 시작해서 어두워지고서 끝났다. 한 바퀴 돌 때마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져서 시간의 흐름을 감각할 수 있었다. 다음엔 밝을 때 나와서 달리기를 끝낸 후 멋진 노을 사진을 남길 것이다.



출근길이 환해졌다. 겨울이 가고 다음 계절이 오고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싫어하고 여름을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매일 같은 길에서 느껴지는 공기와 분위기가 밝아지자 힘이 난다. 각자 자기한테 맞는 계절이 있는 것 같다. 얼른 초여름이 되었으면! 여름에 달리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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