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발: 프롤로그

by 명하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였다. 옆집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그동안 일면식 없이 지냈지만, 그날은 말을 거셨다. 나는 아이를 안고 있으니까. 아이를 안고 있다는 건 언제든 누군가든 말을 걸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애기 키우셨구나. 너무 이쁘네. 발 한번 만져봐도 돼요?"


처음 겪어보는 요청이라 얼떨결에 그러시라 했다. 옆집 어머니는 아이의 발을 쪼물딱쪼물딱 만지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애기 때 발 만지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직후에 그 집 딸이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할 예정인 정도로 보였다. 옆집 어머니는 딸에게 같은 말을 다시 했다.


"이거 봐봐. 너 어릴 땐 내가 이렇게 네 발 만졌다."


딸은 시큰둥하게 웃어넘기고 핸드폰을 봤다.


이후로 그 집 식구들을 다시 본 건 이사 가던 날뿐이었지만, 애틋하게 아이 발을 만지는 모양이 자꾸 생각이 났다.




태어나자마자 손가락을 쥐여주면 꼭 쥐는 손은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도 한없이 보드라운 발바닥이 더 신기했던 것 같다.


우리의 발은 크면서 수없이 땅과 맞부딪치며 딱딱해지고 든든해진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의 발은 바깥에 내보이거나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이 기껍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변한 발은, 절대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되돌아갈 기회도 없고.


아기 발을 만지는 게 재밌는 건 이때 아니고서는 결코 만져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이렷다. 그게 내가 생각한 결론이다.


우리 아이는 스스로 서지 못한다. 남들 설 때 여전히 긴 시간을 누워 지내고 있다. 가끔은 그 사실이 조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발을 꼼지락꼼지락 먼지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어차피 평생을 딱딱하게 지낼 거, 조금 더 길게 부드러운 시간을 가져도 괜찮아. 천천히 가자.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