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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Jul 29. 2019

대기업이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따라 하는 스타트업

RULE BREAKER 6. 마켓컬리


이제 홈플러스 매장은 물류센터도 된다



2019년 7월 28일, 어제다. 홈플러스가 기존 오프라인 점포 중 140곳을 2021년까지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재편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게 무슨 소린고 하니, 홈플러스가 배송기반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홈플러스는 이케아나 트레이더스처럼 창고형 매장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근거리 장보기가 편리하도록 오프라인 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게 물류 센터도 된다는 말이다. 우선 107개 매장부터 우선 적용된다고 한다.



6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집 근처 번화가에 위치한 홈플러스에는 매장을 새 단장했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새로 단장했다던 그 매장도 물류센터가 되어버리는 거다. 기사를 더 읽어 내려가니, 온라인 장보기를 대신해주는 피커 사원을 1,400명에서 4,000명 규모로 늘리고, 콜드체인(저온 신선 배송)을 위한 차량도 1,000여 대에서 3,000여대로 확충한다 했다. 



그때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마켓컬리-' 가장 뜯어고치기 힘든 것 중의 하나인 대기업의 사업구조를 눈에 보이게 뜯어고치다니, 이런 룰브레이커가 따로 없다. 




이제 이마트는 딸기를 주문하면 3시간 안에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한다



2015년 첫 등장 이후부터 유통공룡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데까지 약 4년 남짓. 마켓컬리의 엄청난 파괴력은 그 시작도 끝도 '배송'에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새벽 배송 말이다. 요즘은 전지현이 알려주는 그 풀 콜드 버전으로-



녹았다 얼었다 하는 틈을 주지 않고, 원래의 보관 온도대로 유지해서 배송해준다는 마켓컬리 풀 콜드- 염따 식으로 말해본다면, '홈플러스도 콜드체인 확충을 하게 만들어버렸지 뭐야' 정도 되겠다.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이 가능한 원리는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 낮시간은 물류가 활발하다. 트럭을 소유하고 계시는 기사님들도 (또는 단순 소유주도) 사람이기에 하루 중에 일정 시간은 잠을 잔다. 이 잠을 자는 일정 시간 동안 트럭은 놀고 있는 자산이다. 대부분의 물류가 활발한 시간에는 도로가 막힌다. 그래서 자고 있는 동안 놀고 있는 트럭을 싸게 빌려, 막히지 않는 도로를 효율적으로 누빈다. 트럭 소유주나 기사님들은 추가로 돈을 덜 벌 수 있고, 소비자는 자기 전에 주문한 식재료를 아침에 바로 받을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만세다.



혁신이 그렇다. 그 간단한 걸 먼저 생각하는 게 어렵다. 아무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니까. 그래서 실행은 더 어렵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니까 통 협조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켓컬리는 상생을 경영철학의 일부로 유지한다. 배송에 대한 보수는 높은 편으로 책정되어있고, 생산농가에 재고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때문에 성공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혁신이 성공한다면, 뼈와 살을 모두 갈아 넣는 열정 어린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 홈런과 풀콜드 더블플레이는 이마트가 딸기를 주문받은 지 3시간 만에 소비자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외치는데 분명히 영향을 주었다. (관련 콘텐츠: 온라인으로 주문한 딸기가 3시간 만에 우리 집까지 올 수 있는 이유, 2019-04-17)




왜 이 생각을 못했지 - '지니어스 패뷸러스 판타스틱 100원 마케팅'



'지금 마켓컬리 가입하면 교토 마블 식빵이 100원'이라는 문구는 한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외워버렸고 가입해버렸다.) 지금은 품목이 바뀌었다. 가입하면 인기상품을 100원에 골라갈 수 있다.



'이게 가능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 원리도 새벽 배송처럼 간단하다. 마켓컬리는 자체 물류 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생산자의 재고부담을 대신 끌어안을 수 있지만, 물류센터 운영비와 재고부담비라는 부담이 늘 부담스럽다. 심지어 신선식품이다. 이토록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려면, (소비자 판매가보다 싼) 매입가로 들여온 물류를 빨리 소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생을 도모한 생산자에게 식품을 많이 가져와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빠르게 소진한다. 안 팔리는 재고를 떨이로 준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애초에 며칠 안에 소비를 끝내야 하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00원에 가까운 양질의 식품을 100원에 획득한다. 생산자는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 그리고 마켓 컬리는 부담을 줄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 명의 고객을 서비스로 유입시키고 앱을 다운로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이 촘촘한 전략의 방직, 대형마트 기반의 대기업 유통사가 무작정 따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옵션도 중요하지만, 가입까지 한 앱에서 3일 내에 1만 원 이내의 구매를 일어나게 유도하는 구매 유의사항이 매우 똑똑하게 배치되어 있다. 역시 갓겟컬리, 빠져나갈 틈을 안준다.



마켓컬리 이전에도 '아마존은 미래에 상공에 물류 허브를 띄운대요- 드론이 배달을 해줄거구요-'라는 놀라운 유통 혁명 소식은 계속해서 해외에서 국내에 유입되었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소식일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켓컬리가 등판하고 나니, 이야기가 바뀌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변하려 들 것이고,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올 것이다. 이렇게 혁신은 기존의 경직된 룰을 산산조각내고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온다. 누군가를 반드시 이롭게 한다. 마치 마켓컬리가 보여준 것과 같이-




+) 대기업 유통환경의 재편으로 고용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규모 해고 사태는 자동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해당 내용을 제외했습니다.

+) 마켓컬리의 과대포장 이슈는 포함시킬까 고민하다가 제외했습니다. 이유는 고분자 아이스팩을 워터팩으로 교체 및 스티로폼 수거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른 후발주자들이 다회용 가능한 보냉팩을 제공하고 있어, 마켓컬리 자체가 친환경 포장계에 혁신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 사진출처 -마켓컬리 홈페이지 및 광고 이미지

*  룰브레이커즈 시리즈는 뉴프레임코웍스가 추구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브랜드,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소개합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일종의 마케팅 프로젝트이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룰셋터(RULE SETTER)의 공식,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룰브레이커(RULE BREAKER)의 정신을 담은 물건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활동을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이야기를 보고, 함께 나누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뉴프레임코웍스 크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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