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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Sep 02. 2019

더 이상 잠 깨기 위해서만 커피를 마시지 않잖아요

RULE BREAKER 11.  디카페인 커피


요즘 핫한 '디카페인 커피'



오늘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디카페인 커피 출시 2년 만에 2,100만 잔이 팔렸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디카페인 커피는 대부분 오후 시간 대에 집중적으로 팔렸으며, 30대가 가장 큰 소비층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이 2019년 상반기 디카페인 원두 수입량이 총 325톤에 달하며, 지난해 총 수입량 258톤을 훨씬 넘어섰다는 발표와 맥락이 같다. 바로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가 뜨겁다는 것.



커피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보인다. 스타벅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심리에 대한 메시지가 적극 전달되며 '스몰 럭셔리'같은 소비재였던 시절이 기억나는가? (커피빈은 캘리포니아 기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매장에 가면 셀러브리티가 커피빈 음료를 들고 다니는 사진을 꼭 붙여두기도 했었다.) 이후 커피는 공간적 특성, 맛과 향, 최저가, 편의성, 계절 음료, 굿즈 사업 등 매력 어필을 다양하게 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커피 문화에 조용히 존재하던 '디카페인'의 챕터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이는 사실 이 사회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예고된 이벤트이기도 하다. 커피가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카페인'을 배제해야만 하는 상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생산에서 교류로 바뀌는 도시기능,
그 중심에 있는 '커피'



디카페인 커피가 핫한 이유는 도시 기능의 변화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 도시는 '생산'의 중심이었다. 회사가 들어서고, 물류와 소비를 만들어내는 중심이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핵심 도시 몇몇 군데에 모든 인프라가 모여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제조업은 지방으로 근거지를 옮겨갔고, IT 같은 특정 산업 클러스터들은 위성도시로 이전했다.



약속 장소로 선호되는 번화가에는 카페가 가득하지만,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홍대/연남동 일대에는 주말 커피 웨이팅이 1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도시는 이제 사람과 트렌드 교류의 장으로 충실하게 변화 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도시를 둘러보라. 사람들이 모여 특별히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커피 한 잔'이다. '커피나 한 잔 할까?'라는 말속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근황을 나누고, SNS로 알기 어려웠던 속내를 나누는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1인당 5천 원 정도의 예산으로, 근사한 공간 안에서, 어렵게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교류 장치. 한 번 떠올려보라. 커피 말고 다른 대안이 참 없다.



하지만 모두가 커피를 하루 종일, 여러 잔 마셔도 괜찮은 건 아니다.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해 커피를 아예 마실 수 없는 사람부터, 오후 시간 커피는 불면과 (마치 숙취처럼) 다음 날 피로 때문에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들은 날로 늘고 있다. 게다가 밤에 만나 술을 마시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제일 좋은 대안은 커피다. 그런데 커피 못 마시는 사람은 탄산수나 과일음료, 허브티 등을 매번 선택해야 하고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



이런 도시 기능과 환경의 변화 때문에, 커피의 카페인은 어느덧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이제 커피는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카페인을 뒤로 잠시 미루고 스스로 룰 브레이킹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내에 디카페인 커피가 점점 등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각성에서 휴식으로, 본질은 바뀐다



'교류' 외에도 커피의 새로운 본질은 '휴식'이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보면, #밤커 #혼커 등의 해시태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교류뿐만이 아니라 혼자서 질 높은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서 커피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는 증거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의 '부실한 인프라' 때문이다. 쉽고, 빠르고, 질 높은 휴식 방법이 '커피' 외에 별로 없다. (굳이 따지자면 영화관 정도가 있으나, 보는 내내 집중과 고정 시간 할애 및 예매 과정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큰 매력이 없다.)



이때도 디카페인 커피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추측이 아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이번 발표 내용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는 저녁 식사 시간 직후 오후 7~9시에 집중적으로 팔렸다. 연령대로 보면 30대가 54%로 최대다. 퇴근 후 즐기는 한 잔의 따듯하고 향긋한 커피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려 주는 셈이다.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는 실용재로서 존재하지만, 밤에 마음 놓고 마시는 커피는 사치재 같은 효용이 있다. (밤에 마시는 커피는 왠지 모르게 내일 일어날 시간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 여유를 누리는 것 같다는 심리적 효용이 있다. 그것이 디카페인일지라도)



가장 쉽고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혼커 커피의 기능은 필요하나, 카페인은 굳이 따지자면 방해가 된다. 각성은 릴렉스와 반대 개념이다

 


디카페인은 기존 커피의 대체제적 성격이 강하다. 무알콜 맥주, 도살 과정이 없는 배양육이나 콩고기, 윤리적이며 더 패셔너블한 페이크 퍼나 양식/합성 보석, 살이 찌지 않는 스테비아나 알룰로스 같은 대체제들은 누군가에게 때로는 본질보다 더 매력적이고 유용하다.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스스로 룰 브레이커가 되는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아주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어떤 본질이나 속성을 파괴해야 할지라도 말이다.





* 사진출처 - unsplash.com

* 뉴프레임코웍스 - https://newframe.imwe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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