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즈버킷은 방앗간이다. 그리고 동시에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이 방앗간을 부업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방앗간이 스타트업이 된 경우다. 방앗간이 무슨 스타트업이냐 하겠지만, 벌써 20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쿠엔즈버킷은 참기름과 들기름을 혁신한다. 집집마다 하나쯤은 있는 그 흔해빠진 참기름이 무슨 혁신이며, 어떻게 투자를 받고, 해외에 진출하며, 스타트업 타이틀을 달았냐고 묻는다면 기존 참기름 시장의 '시장 요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온 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추출하는 쿠엔즈버킷. 쿠엔즈버킷을 처음 만난 건 아주 오래전으로, 역삼동 통유리 반지하 방앗간이 문을 열고 기름을 판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다.
참기름과 들기름의 거의 모든 것은 '재료'와 '추출법'에 달려있었다. 좋은 깨를 선별해 정성껏 볶고 기름을 짜낸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참기름 하면 보통 고소하게 볶아서 기름을 짜내는 방식을 떠올린다. 반면, 쿠엔즈버킷은 '추출법'에 혁신을 도입했다. 올리브 오일처럼 저온 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생산한다. 때문에 보통 평생 먹고 경험해본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참기름과 들기름과는 전혀 다른 맛이 소비자를 기다린다.
고소함이라는 틀을 벗어던진 저온 압착 참기름
쿠엔즈버킷이 어떻게 시장의 룰을 깨는 룰브레이커가 됐는지는 올리브 오일 이야기를 알면 훨씬 쉽다. 우리나라에 올리브 오일이 언론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네이버 뉴스 기준 1991년 11월 18일이다. 연합뉴스에서 겨울철 피부 관리 요령에 대한 기사에 등장한다.
바디 버든, 즉 몸속에 쌓인 중금속 등 오염물질 배출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저온 압착 방식의 다양한 오일. 올리브오일/코코넛오일/아보카도오일 등 다양한 프리미엄 오일 시장이 인기다
1999년에 접어들며 올리브 오일은 '건강한 오일'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시장이 무르익자 차별화를 내 세운 프리미엄 플레이어가 등장하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영양소 파괴와 변형이 최소화된 '저온 압착(cold-pressing) 공법'이다. 최근에는 바디 버든/디톡스 등이 이슈가 되며 오일이 조리용을 넘어선 건강관리 품목으로 떠오른다. 이때 전통 주자인 올리브 오일에 이어 코코넛 오일, 아보카도 오일 같은 다양한 프리미엄 오일들이 등장하는데, '정제되지 않은 저온 압착 공법'의 가치가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외관이 세련되서 눈길이 먼저 간다면, 눈 감고 맛을 느껴봐야 진가를 안다. 신선하고 청량한 오일이 거부감 없이 꿀꺽 넘어간다. 맛있기 때문이다. (사진: 행복이 가득한 집)
다시 참기름/들기름으로 돌아가 보자. 쿠엔즈 버킷은 참기름/들기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소함'이라는 틀을 깨부수는 시도를 감행한다. 올리브 오일의 유행 요소나 오일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간 것일까? 아니다. 문제는 '성분'이다. 참/들깨를 고온 가공하여 압착하는 동안 기름의 생산량은 풍부해지지만, 벤조피렌 같은 1등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쿠엔즈버킷은 소비자가 익숙한 고소함을 포기했지만, 건강한 기름의 새문화를 쓰는 혁신을 시도했다. 참기름에서 고소함을 포기하다니, 상상이 가는가? 어지간한 룰브레이커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여전히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쿠엔즈버킷의 건강한 기름에 대한 철학은 순항 중이다. 자연건조시킨 깨를 착유한 참기름과 들기름은 국내에서 먼저 입소문을 탄 뒤 그 청량하고 섬세한 맛과 향으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 다니엘, 바타드, 아토보이 및 한국의 미슐랭 레스토랑 권숙수, 밍글스, 온지음 등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쿠엔즈버킷의 오일을 사용한다.
'참기름에 혁신이라니, 고온으로 짜내던 걸 저온으로 짜내는 게 혁신이라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필립스의 광고 문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혁신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고, (물론 그 사소함을 바꾸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 그 가치가 소비자의 경험 한가운데를 관통할 때 만족과 열광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쿠엔즈버킷은 룰브레이커다. 참기름/들기름이 고소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깨부수고, 추출법의 차이로 세계가 열광하는 참기름/들기름이 되려고 도약 중이다. 누군가 참기름이 무슨 혁신이고, 스타트업이냐고 묻는다면, '네, 참기름도 스타트업이 됩니다'라고 쿠엔즈버킷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 룰브레이커즈 시리즈는 뉴프레임코웍스가 추구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브랜드,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소개합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일종의 마케팅 프로젝트이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룰셋터(RULE SETTER)의 공식,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룰브레이커(RULE BREAKER)의 정신을 담은 물건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활동을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이야기를 보고, 함께 나누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뉴프레임코웍스 크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