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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Mar 25. 2020

뉴 노멀과 앤디 워홀; 가장 일상적이고 흔한 것의 변화

RULEBREAKER 28. 앤디 워홀 




예술이 뭔데?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라 (People sell what they can sell, not what they want to sell)"



지난주, 본격 빨간 불이 켜진 전 세계 경제상황 속에서 월스트리트에 울려 퍼진 말이다. 공황상태에 접어들며 현금 확보를 위해 뭐든 돈 될만한 자산을 팔아치워야만 하는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럽에서는 예술작품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융자산이었던 소장품들 말이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은 앤디 워홀. 대단한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팝아트의 대명사 같은 그. 그는 살아생전 이런 말을 남겼더랬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An artist is somebody who produces things that people don't need to have)"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오늘날의 현금 마련 소동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예술의 대량생산,
그곳에 앤디 워홀의 메시지가 있다



앤디 워홀은 본인이 남긴 말이 무색하게, 사실 상업적으로 대단히 성공했으며 큰돈을 벌었던 예술가다. 다만 기존의 예술가들과 방식이 달랐다. 대다수의 예술작품이 단 1점 존재하는 오리지널 피스이며, 희소성을 등에 업고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통념. 반면 앤디 워홀은 작품을 대량 생산해서 비싸지 않게 많이 팔았다. 기존 미술품 시장의 생리와 비교한다면, 일종의 박리다매 혁명인 셈이다.



앤디 워홀 표 박리다매는 그가 대단한 사업가였기 때문에 시도된 것은 아니다. 그저 기존 예술가들과 딱 한 가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은 대중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기준. 그는 귀족적 성역에 머무르던 예술을 과감하게 대중의 영역, 소비의 영역, 상업의 영역으로 가져온 룰브레이커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가장 일상적이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오브제로 한다. 또 특유의 실크스크린 기법은 희소성을 부정하듯 오리지널 피스의 개념을 뒤집어버렸다.



앤디 워홀은 인스턴트 깡통 수프, 세제 상자 등 가장 흔하고도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앤디 워홀은 그렇게 오리지널 피스의 아우라(Aura, 원본성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힘)를 추종하는 예술의 고정관념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뒤샹이 일찍이 소변기를 뒤집어 서명 하나 얹은 뒤에 '샘'이라는 개념의 확장을 현대미술이란 이런 거다 하며 화두로 던졌다면, 앤디 워홀은 대중에게 대량으로 소비될 수 있는 것도 예술임을 증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은 가장 비싼 (그래서 소유를 생각도 못할) 작품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뉴 노멀과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이런 접근은 우리 시대의 소비를 돌아보게 한다. 매 시즌 쏟아져 나오는 각종 리미티드 에디션은 정말로 희소한가? 비싸게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는 정말로 그렇게 가치가 있는가? 이때 앤디 워홀의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소개된 한 가지 일화는 답이 될지도 모른다.



<<"최근 몇몇 회사에서 내 '아우라' 구입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내 상품은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는 당신의 아우라를 원합니다'라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 사는 데 주저 없이 돈을 내놓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나의 것을 사는 데 기꺼이 돈을 내려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앞으로 '일상적인 것의 정의'가 바뀌는 뉴 노멀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출퇴근은 정말로 필요한가? 아파트는 정말로 그렇게 비쌀 필요가 있는가? 일상의 질은 과연 무엇으로 개선되고 채워지는가? 같은 질문들이 홍수처럼 우리를 쓸어댈 것이다.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본질들을 찾아가는 혼란한 여정이 고될 때, 그럴 때마다 앤디 워홀을 떠올려보자. "리미티드 에디션? 그거 내가 똑같이 복제해줄게. 진짜로 네가 사려는 건 뭔데?"라고 대답해줄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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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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