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8. 실패의 사전적 정의는 틀렸다. '좌절'이 진짜 실패다.
실패의 사전적 정의는 '일을 잘못하여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다. 결국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을 우리는 실패라 부르는 셈이다.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온 힘을 다 해 팀원이 마음을 모아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눈치만 살살 보며 얄미운 '프리라이더'를 자청하는 팀원. 일개미처럼 필요한 것들을 열심히 날라다 모았지만, 일의 세부적인 사항을 일개미 사원들만큼 알지 못해 결정을 우물쭈물 망설이는 상사. 전략과 플랜은 같이 짰는데, 전부 다 해놓으면 갑자기 나타나서 '생각해보니, 이게 아닌 것 같다'며 다 뒤엎어버리는 기분파 클라이언트. 결국 팀의 성과는 엉망이 되고, 나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고요! 나도 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요!'
억만 번은 소리도 못 내고 마음으로 외쳤을 그 말. 줄여서 '에잇, 짜증 나' 정도를 퇴근길에 조용히 내뱉던 날들. 말도 귀찮아지는 날에는 조용히 혼술로 대신했던 날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실패를 자주 마주쳤다. 그리고 자주 지쳤고, 점점 의욕과 희망은 말라갔다. 전부 다 뜻대로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표정 관리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렸고, 가끔은 입바른 소리로 미운털이 박혀 가루가 되도록 까이며 출근길이 지옥으로 향하는 길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괜히 내 인생도 다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그런 날들 말이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자주 어쩌면 매일 겪는 저 좌절감.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 뭐'하는 말로 나를 위로하는 건지, 나를 죽여가는 건지 모를 상황의 반복. 이쯤 되면, 사전에 대고 다시 묻고 싶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게 정말 실패인가요? 물론 사전은 말이 없다. 나를 비웃듯이.
어느덧 퇴사 4개월 차로 접어들었다. 회사를 나와 '탈회사형인간'으로 사는 지금에서야 자신 있게 말한다. 실패의 사전적 정의는 너무나도 잘못됐다. 실패의 정의는 새로 쓰여야 한다.
내가 탈회사형인간을 선언했을 때의 목표는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으며, 더 자유롭고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다.'였고 지금도 같다. 그동안 나는 두 번의 브랜드 론칭을 진행했고, 현재 한 건의 식품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퇴사 후 겪은 혼란 뒤에 발견한 인생의 새로운 진면목을 배우게 됐으며, 정신적으로 매우 행복하다.
'퇴사하고 혼자 일해서 돈 좀 벌었으니 저런 소리가 나오지' 싶을 수 있다. 돈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가 4개월 동안 번 순수한 이익은 90만 원 남짓이다.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했더라면 2019년 최저시급 8,350원 기준으로, 약 108시간을 일했으면 벌었을 돈이다. 하루 7시간씩 일했으면 보름 조금 넘게 일하기만 해도 됐을 것이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없이 어떻게 살아, 하는 질문에 말해주고 싶다. 퇴사 전의 나는 한 달에 지출이 300만 원도 넘었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니 대부분의 지출이 필요 없어졌다. 지금 버는 돈으로도 충분히 먹고 산다.)
퇴사 후 내 목표가 '회사 다닐 때 보다 돈을 더 많이 벌자'였다라면, 나는 약 100일간 90만 원을 벌었기 때문에 실패한 인간일까? 반대로 말해보자. 퇴사 후 내 목표를 지금은 이뤘다고 해서, 나는 실패한 인간이 아닌 걸까? 모두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타지 못했을 때, 지하철을 놓쳤을 때.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음 버스가, 다음 지하철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 안되면 급할 땐 택시라도 탈 수 있다. 좀 늦으면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인생은 제 시각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도 훨씬 위대하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과 공통점도 있다. 바로 목표한 바로 갈 수 있는 '다음'이 있다는 것. 다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놓친 버스에 '실패'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회사를 나온 지금에서야 자신 있게 말한다. 내가 아는 한 실패는 '뜻대로 되지 않은 일로 인해 다른 의지를 갖지 아니함'이다. 평소 우리는 이것을 좌절이라고 말한다. 좌절의 상태에서 머문 채 다음을 기약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실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를 반복해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같은 말들도 유사한 맥락 같지만 사실을 인생의 진짜 의미를 다 담지 못한다. 실패를 반복하기만 하면 성공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작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계속 달려든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좌절금지'도 피상적이다.
오늘부터는 실패를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다음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잊는 것. 다음을 기다리기도 전에 인생을 종료하고 싶다 생각하는 것.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기억하고, 이에 대해 나아갈 수 있는 희망과 의욕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실패는 언제든지 내가 '다음'을 기대할 때 사라지는 것으로.
+) ROUND 8. 실패, 좌절 그리고 다음
이번 편을 쓰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도 때로는 좌절 상태에 머물러있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좌절을 뒤로하고 무언가를 꿈꿀 때, 바랄 때, 하고 싶은 아주 작은 것들이 움틀 때는 반드시 옵니다. 그래서 실패는 단기적인 기분의 상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참 신기한 게, 뒤돌아보면 하늘이 무너졌던 것 같은 기분이나 인생이 끝장난 듯 속상했던 기분들이 있었는데 제 맘 속에 '망각'의 방에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인생은 1초, 1분, 1시간, 하루, 한 달.. 그렇게 자꾸 제 앞으로 다가옵니다. 한 때의 좌절도 그렇게 점점 뒤로 밀려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을 기다려봐요. 오늘이 마음 같지 않았다면, 그래서 속상해서 아무런 의욕도 없었대도. 목표를 잊지 않고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거지'가 목표라면, 기분이야 어찌 됐든 오늘 회사생활에 진땀 빼고 충실했던 당신의 하루는 성공입니다. '행복하려고 회사에 다니는 거지'가 목표라면, 오늘의 기분이 행복하지 않았어도 기분 째지게 성과로 웃는 다음을 기다려보아요. 어떤 경우에는 삶의 목표나 일의 목표를 다시 세워보는 것도 실패와 멀어지는 점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