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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T explorer 허마일 Feb 03. 2020

청춘들이여, 도망이 아니라 도발이어라!

<사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 살 공무원>을 읽고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라고 일갈한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 역시 공장 일개미의 하루하루에 숨 막혀하며 다른 삶을 갈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처한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퇴사를 마음먹더라도,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무엇인지 몰랐기에 사표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해볼까? 말까? 안 되겠지? 힘들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몸뚱이를 콩알만 한 심장이 격하게 흔들 어제 끼는 덕에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급기야 나오지도 않는 오줌이 마려운 증상이… 시작되었다.


아니 잠이 들만하면 오줌이 마려운 거라… 화장실에 가면 역시나 꽝, 또 꽝이다.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데 두 달 동안 계속되니까 점점 제정신으로 일하기가 버거워졌고 결국 진짜로 ‘꽝!’ 기계를 때려 박는 사고를 친 것이다. “제가 요즘 밤새 오줌이 마려워서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솔직한 핑계를 대보았지만 어이없어하는 공장장의 얼굴과 더 어이없는 내 방광만을 원망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병원에 갔다가 의사에게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단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진짜로 정신병(우울증) 초기증세를 겪고 있던 것이었다. 


이 책을 그 시절에 봤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외면하고 싶지 않아 안간힘으로 쓴, 공무원 퇴사 전과 후의 기록. 여경 작가님의 <사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 살 공무원>은 아프고 힘든 이 시대 청춘들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준다.  


p60. ‘왜 나는 이런 세상에 태어났을까?’ 왜 하필 나는 일자리도 부족하고 청년들이 위기에 봉착한 나라에 살고 있는가?’ 스스로 자처해서 올가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갔으면서, 내가 쳐놓은 올가미에 틀어박혀 자유가 없다면서 세상을 향한 원망만 늘어놓았다. 내가 내 틀을 깨고 나오면 되는데. 날 막고 있는 건 단지 나일뿐인데. 마음의 자유는 어떤 직급을 갖고 어떤 조건을 갖추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기까지 나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p184. ‘혹시 나만 이렇게 더디고 힘든 거 아니야? 남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뭐 이리 힘들지?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자주 있다.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괴로울 때가 있는 게 정상이다. 의심과 불안감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세상에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힘들고 고단한 삶을 버텨내고 있다. 그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각자 나름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아등바등 하루를 보낸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왕성한 강연과 유튜브로 현재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어떤 도전에도 거리낌이 없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을 보면서 동기부여와 자극도 물론 있었지만 그럼 그렇지 역시나 나와는 심장의 크기가 다른 사람이구나 싶은 씁쓸함이 한가득이었는데, 책에 담긴 그녀의 고백 속에는 나와 같은 콩알만 한 심장이 콩닥콩닥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내가 퇴사를 하고 지금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입장이라 유난히 더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한 인간의 우여곡절 끝에 자기 생을 찾아 살아내는 드라마는 언제나 바람직하다.       


p91. 나에게 사표를 내는 일은 ‘도전’이란 단어를 무기 삼는 벼슬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단한 말로 나를 포장할 필요도, 혹은 정당화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자신과 맞지도 않는 일을 마냥 버티면서 ‘인내의 훈장’을 다는 것이 더 위대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저 각자 자신의 가치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애달픈 응원과 격려를 이끌어 내는 저자의 퇴사는 아름답다. 밧줄을 끊고 절벽 아래로, 드넓은 세상을 향해 뛰어내리는 과정은, 깊은 수심이 드리운 가냘픈 여자의 얼굴, 그 위로 결심에 가득 찬 뜨거운 눈물 줄기와 함께 몸을 내던지는 예술적인 다이빙이다.

그러나 나의 그것은 절벽 끝에 서서 '와~ 저 밑에 내려가면 뭐가 있을까?' 하며 소변을 갈기고 돌아서다가 발을 헛디뎌서 뒤로 자빠지는... “으아아 아~!!” 소리를 냅다 지르며… 굴러 떨어지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얼떨결에 퇴사였기에 더 절박했고 부정적이었던 나 역시 여경 작가님처럼 죽지 않고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는 걸 보니, 상황을 마주했을 때에 태도와 관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토록 멋진 다이빙을 할 수 없었는지 부끄럽다. 이게 다 방광 때문이야. 


p174.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일어날 만하면 넘어져서 또 바닥을 보게 되는 일상. 하지만 위안이 되는 건 이를 통해 조금씩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실망해도 곧장 일어나는 담력이 생겼다. 슬럼프는 없었냐고 묻는다면 날마다 슬럼프이자 고비의 연속이었다 말하겠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책 제목엔 도망쳤다고 쓰여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느리지만 찬란한 청춘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외치는 작가는 도망자가 아니다.

한숨처럼 보이는 묵직하고 깊은 호흡들은 한탄의 껍질을 벗어던졌다. 험한 상처의 골짜기를 지나 큰 바다로 흘러 들어가려는 물줄기가 되어 끊임없이 내지른다. 도망과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생에 대한 도발이며 도전에 가깝다. 

현재의 삶이 막막한 이들, 도망치고 싶은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삶을 즐겁게 들이받는 용기를 지니길… 


빠샤!

#사 표 내 고도 망친 스물아홉 살 공무원 #여경 #작가 #들녘 #내 맘대로 #서평 #책 리뷰


@yeostory #원래 팬이었지만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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