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위로와 힘은....개풀!!
얼마 전 다녀온 강원도 평창에 어느 고즈넉한 카페였다.
냐아옹.
날카롭지만 간지러운 소리를 따라가보니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나비가 있었다.
강원도 탁트인 벌판 외로이 있는 카페는 통유리덕분에 이질적이지 않았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나른한 시간대라 잠기운이 살짝 올라왔던 것일까, 그녀를 발견했던 순간부터 오묘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나비는 분명히 나를 의식하면서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부스스함과 잉여로움이 요 며칠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내 모습에 오버랩 되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마룻바닥에 눌어붙어 따스한 햇볕에 광합성을 하는 나를 떠올렸다.
묘한 동지애를 느끼며 천천히 다가갔다. 미야~옹(안녕?) 말을 걸자 빤히~ 그녀의 눈길이 한동안 나에게 머물러 있었는데, ‘응, 니 마음 다 알아. 애쓰지 마' 하는 듯한 눈초리에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내가 매료되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이 나른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각도를 잡는데 햇살이 바닥에 그려낸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그녀는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하고, 뛰는 것 같기도 한 오묘한 연출을 선보이는 것이다. 쉬는게 쉬는게 아닌, 웃는게 웃는게 아닌… 걱정과 슬픔, 불안을 가득 안고 무겁게 날아오르는 나비의, 서글픈 경쾌함이 느껴졌달까?? 연애 사업이 잘 안 되는지, 나처럼 백수가 된 건지… 녀석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는 일방적인 심증은 강력한 확신으로 차올랐다. 입을 찢어져라 벌리며 하품을 하는, 세상 무탈한 그녀의 자태가 괜스레 애잔하게 보였다.
왠지 모를 위로가 되는 이 이미지는 집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 아침… 많은 이들에게는 점심인 시간에 일어나 창을 통해 햇살이 거실 바닥에 드리우는 걸 보고는 벌러덩 누웠다. 팔다리는 늘어뜨리고 눈은 허공에 멍하니…옷도 벗어야 할까..?
‘삐삐비빅 - 또로로로 철컹’
기도원에 있어야 할 엄마가 다른 일정이 있었는지 갑자기 집으로 왔다.
당 황하지 말고 천천히 도도하게… ‘응 엄마 마음 다 알아.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자요’ 소망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
"아이고! 아들! 밖에 나가서 걷기라도 해야지 이게 뭐니… 머리도 감고 좀! 홀애비도 아니고 벌써부터 퀴퀴한 냄새가 나서 어떡하니.. 큰일이네! 혹시 우울증 뭐 그런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니…"
엄마는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땅에 금싸라기라도 흘린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바닥을 훑었다.
"세상에 이게 뭐니 이게, 바닥 좀 쓸어라. 아이고 여기도 털 저기도 털! 이 짧은 거 다 니꺼지 누구꺼야."
"내 털은 더 짧아! 딱 보면 몰라?"
"딱 봐도 니꺼네, 이거 꼬부라진 거!"
엄마가 들고 있는 그것을 딱 보니, 내 털이 맞았다. 분했다. 맨바닥을 손바닥으로 억척스럽게 쓸고 있는 엄마를 등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서둘러 마스크를 움켜쥔 채 남색 추리닝을 어깨에 둘러업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날이 좋았다. 눈이 부셔서 얼굴이 찌그러졌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나를 매료시켰던 나비, 그 고양이를 떠올렸다.
나도 너처럼 만끽하고 싶었다. 불안과 평안의, 자유와 속박의 경계… 그 어디쯤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따듯한 빛 고물을 묻히고 싶었다. 너는 온종일 뒹굴어도 뭐라 하는 사람 없겠지… 털 때문에 잔소리 들을 일도 없겠지… 정말 애잔한 짐승은 니가 아니라 나였구나.
벤치에 앉아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더니 눈물이 나온다. 봄바람이 아직 차갑다. 집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