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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T explorer 허마일 Nov 17. 2019

당신은 파도를 만드는 사람인가요, 휩쓸리는 사람인가요.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파도를 타고노는 서퍼가 되자.

요즘의 젊은이들은 직접 자기들에게 개인적으로 손해가 나면 그때는 꿈틀거린다. 그리고 저보다 약한 자에게는 무섭게 덤빈다. 그러면서 일단 개인을 떠나 사회 전체, 국가 민족 전체가 해를 입을 경우는 나 모른다는 태도다. 철두철미 이기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아 온 20대, 30대의 젊은이들, 이들이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 '이오덕 일기'(1963년), 이오덕


 이 꾸짖음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도 아주 자연스럽다. 그런데 1963년이라니..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신, 당시의 철두철미 이기주의적인 젊은이들은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은 자라서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되었는데 아래 세대를 못마땅해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은 아들뻘, 손주뻘인 나에게까지 뿌리를 내리며 늙지 않고 쌩쌩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시대적 역사라는 무거운 이불은 안 건드리고, 얇디얇은 나의 삶 한 꺼풀만 들춰보아도 학교, 군대, 회사 등 내가 속했던 모든 집단 속에서 그 뿌리와 이파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뿌리는 세대를 거듭하며 내리뻗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겨있는 어리석음의 씨앗에서 발현되는 것이겠지.



 나는 시니어 전문강사이자,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노년과 젊음의 소통을 위한 강의들을 많이 한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예의와 버릇, 끈기와 도전정신이 부족한 '요즘 것들'을 나무라시는 분들을 때때로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깊이 팬 주름처럼 오랜 시간 함께 늙어온 생각들이 이해의 통로를 가로막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것들이 대장에 퇴적하여 길을 막고 있다가 겨우내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또다시 변기를 막는 '똥'처럼 느껴진다. 들이받고 싶은 충동을 이따금 느끼며 변비로 고통받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뚫어뻥이 절실하다.


 세대 간 소통을 외치는 33세 강사로 활동하면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세상을 사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무관심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꼰대 마인드가 주름처럼 깊이 패일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더 젊은 이들과의 통로를 막는 '똥'이 내 안에 있음을 느낀다. 나는 '뚫어뻥'이 아니라 '변비 유발자'로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해결 방법은 여러 세대들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저마다 각자의 세계를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나아가 관심이다.

 나와 다른 세상을 산다고 하여 그들을 틀렸다고 간주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지독한 변비와도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얼굴이 누렇게 뜨고 있다. 이제는 힘을 주어야 할 때이다.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저자대학내일20대연구소출판위즈덤하우스발매2019.10.31.


 2010년부터 20대가 선도하고 확산하는 트렌드를 분석하여 매년 리포트를 발간해왔던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은 책이다. 연구소의 발표라고 해서 학술서나 논문처럼 빅데이터와 통계로 우리를 어지럽게 하는 책은 아니다. 표지부터 발랄하고 당돌한 청춘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어떤지, 사회 인식이나 관계에 대한 반응과 생각은 어떤지, 소비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그를 통한 변화의 흐름을 예측해보는 책이라고 친절하게 띠지에 설명이 되어있다.


 나는 분명 책에서 논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그 범주에 속해있는 '87년생 허재석' 이지만 지금의 트렌드라는 것들에서 괴리감과 이질감을 크게 맛보았다. 후배들이 놀아주지 않는 복학생의 기분이다. X세대에 가까울 거 같은 나인데, 겨우 턱걸이로 붙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지독히 아날로그 한 나의 성향 탓일까. 그래서 지금 내가 트로트를 부르며 할머니들이랑 놀며 사는 것인지?


 나와 MZ 세대의 트렌드와의 사이에 교집합도 있었지만 설문 위주로 실린 연구조사와 트렌드 이슈를 만드는 핫 한 사례들로 MZ 세대 모두를 일반화하는 오류는 걸러야겠다 싶다. 일례로 올해 27살인 내 여동생은 SNS를 귀찮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전혀 하지 않는다. 핑계는 그녀를 아날로그 한 오빠 보다 더 심한 미디어 초짜로 만들어 주었다. '연구니 분석도 사람 나름, 캐릭터 나름'이라는 내 생각은 이 책의 내용과 만나 큰 울림을 주었다. 


© donnehhhh, 출처 Unsplash


 내가 살아온 세상은 참으로 혁명의 시대였다. 인터넷부터 스마트폰, SNS는 출현할 때마다 세상을 뒤집는 괴물이었다. 가만 보면 몇 번이나 뒤집힌 세상에서 이상하게 변하지 않는 작은 틀이 있다. '대학-졸업-취직'의 획일화되어있는 단순하고 낡은 메커니즘, 한숨과 하품이 고루 섞인 식상의 극치다.

 나와 여동생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제 성격대로, 스타일 대로, 제멋대로 생겨먹었지만, 그 많은 잠재성과 가능성들이 아직도 붕어빵 틀 같은 삶에 끼어 맞춰져 짜부라지고 터지며 살아간다. 틀은 진작에 깨졌어야 했던 것이다.

 내가 만난 울림은 틀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대의 진동이었다.  


 이 책은 개성과 다양성을 자신의 인생에 당당하게 붙여넣기 해서 살아갈 수 있는 자기실현과 행복의 세상이 도래했음을 보여주었다. 해변가에 조개껍데기처럼 사방 곳곳에 기회가 널브러져 있는 세상에서, 기존의 직업관과 가치관을 벗어나 아예 새로운 판을 짜고 삶의 형식을 재창조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은, 이미 도전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아니고서라도 자극과 영감의 소스가 넘쳐났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한 일이라면 주변에 널리 알리는 MZ 세대의 행동력은 대단하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한데 뭉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이를 공유하면, 같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거나 그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보탠다.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뭉쳐 사회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1그램의 작은 참여들이 모여 순식간에 사회를 바꾸는 큰 영향력, '선취력'이 되는 것이다.

- 책 내용 중 


 시니어 강사라는 이름으로 나름 선한 영향력에 찔끔 발을 걸쳐보려고 했던 나로서는 부끄러웠다. 본래 책은 거울이라지. 이 당돌하고 멋진 친구들을 통해 잡티가 가득한 내 얼굴을 비추어본다. 뽀송뽀송한 내 얼굴을 보기 위해 나도 저 '선취력'을 욕심 내본다. 



<찐>


'가짜'의 반대말. '진짜'에서 '진'만 떼어내 된소리로 바꾼 것으로 의미를 강조해주는 효과가 있다. 예전 신조어인 'ㄹㅇ(레알, real)'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주로 '이건 찐이다'라는 형태로 쓰이며, 진짜임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이건 찐이다 찐'처럼 문장 끝에 '찐'을 한 번 더 언급하기도 한다. 


 신조어 파트는 무지했던 나에게 신세계였다. 생각해보니 올봄에 취득했던 '인성지도사' 자격증으로 중학교 인성교육에 두어 번 들어가 수업했던 기억이 있다. 어르신들보다 청소년들과의 소통은 더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유명 연예인부터 신조어까지 정말 공부해야 되는 지경이구나 싶어 적잖이 충격이었다. 

 찐 강사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찐 강사, 선취력을 마음껏 세상에 뿜어내는 찐 강사.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즐기고 물결을 만들어내는 찐 크리에이터. 밀레니얼-Z세대 선봉에 있는 삼십 대 젊은 강사의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찐'이 될 수 있을까?

© alwig64, 출처 Unsplash

"여러분은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파도를 만드는 사람인가요?"

                                                                             허마일 질문


 '트렌드 2020'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이 책은 대한민국 소비문화에 가장 영향력 있는 MZ 세대, 그들의 관심사와 라이프 스타일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보여주므로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마케팅, 창업, 콘텐츠 제작에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얻을 것들이 너무나 많은 책이다. 그러나 나는 저것들과 전혀 관련 없는 엄마에게 이 책을 꼭 보라고 당부했다.


 "요즘 애들은 대체 왜 그런다니?"


 화창한 아침, 짹짹짹

 창문을 통해 들리는 참새들의 지저귐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루의 시작을 감사로 노래하며 햇살을 나눠먹자고 다른 이들을 부른다.

 개미도 나뭇잎도 길고양이도 다들 춤을 추는 아침이다.

 참새의 지저귐은 아침의 기적과 사랑이 담겨있다.

 엄마의 재잘거림에 나와 동생이 춤을 추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부디 이 책이 엄마의 쓴 시선을 거두어 주기를.

 저 참새처럼 부모와 자식 사이에 화목을 물어다 주기를.

"엄마 나도 이제 요즘 애들.. 아니야. 슬퍼."


*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의 활동으로 출판사의 책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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