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장: 내 돈의 현주소 파악

2부에서 우리는 '성실한 저축', '전문가의 예측', '열심히 하는 자영업'이 왜 우리의 불안을 해결해주지 못했는지, 그 허상들을 마주했습니다.

모든 '정답'이라 믿었던 것들이 무너진 지금, "그래서 이제 어쩌라고?"라는 막막함이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그 막막함 이야말로, 남의 정답이 아닌 '나의 기준'을 세울 준비가 되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3부 'DMP(default money plan) 워크북'은 바로 그 '나의 기준'을 세우는 8단계의 여정입니다.


그 첫 번째 단계(Phase 1)는 '현실 점검', 즉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STEP 1: 왜 '자산 지도'부터 그려야 할까?

솔직히, 내 자산 현황을 마주하는 것은 꽤 두려운 일입니다. 여러 개의 뱅킹 앱을 열고, 주식 계좌의 파란 숫자를 확인하고, 잊고 싶었던 학자금 대출 잔액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 모든 숫자를 엑셀에 옮겨 적은 뒤, '총합'을 계산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킵니다.

"그래도 다 합치니 OOO만 원은 있네."

그런데 왜 그 '총합'을 확인하고도 우리는 여전히 불안할까요?

DMP는 그 이유가 '총액'이 아니라 '돈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당장 다음 주 카드 값 낼 돈 100만 원과 5년 뒤 집 살 때 쓰려고 묶어둔 청약 100만 원은, 같은 100만 원이 아닙니다. 전자는 '당장 써야 할 돈'이고, 후자는 '미래를 위해 묶인 돈'이죠.


'자산 지도'는 내 돈을 '총액'이 아닌 '성격'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내 돈이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상태인지, 묶여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불확실한 상태인지를 파악해야 비로소 '계산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STEP 2: 내 돈의 3가지 상태: '물', '얼음', '수증기'

'자산 지도'를 그리기 위해, 우리는 자산을 3가지 상태로 분류할 겁니다. 회계 용어 대신, 2030 독자에게 직관적인 '얼음, 물, 수증기' 비유를 사용하겠습니다. 이것은 인지를 위한 구분일 뿐입니다. 중요도나 지향점이 아닙니다.


물 (유동성 자산):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

특징: 필요할 때 즉시 현금화(사용)할 수 있는 돈입니다.
유동성이 가장 높지만, 이자가 거의 붙지 않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가장 취약합니다.

예시: 월급 통장, CMA(1부 1장), 파킹통장, 6개월 미만 단기 예/적금, 현금.

DMP 역할: '비상금' 또는 '단기 목표(여행 등)'를 위한 자금입니다.


얼음 (안정성 자산): "단단하게 묶여있는 돈"

특징: '물'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해 '만기'라는 시간 동안 단단하게 얼려둔 돈입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예시: 1년 초 장기 예/적금(1부 2장), 청약 통장, 채권(1부 3장), 보증금(전세/월세).

DMP 역할: '중기 목표(전세금, 자동차)'를 위한 종잣돈입니다.


수증기 (변동성 자산): "미래 가치가 불확실한 돈"

특징: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잘 되면 큰 수익(비)이 되어 돌아오지만, 잘못되면 그대로 증발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예시: 주식(1부 6장), 펀드/ETF(1부 4, 5장), 비트코인(1부 9장), 투자 목적의 부동산(원룸 등).

DMP 역할: '장기 목표(은퇴, 내 집 마련)'를 위해 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입니다.


STEP 3: [WORK SHEET] 나의 '자산 지도' 그리기 (feat. 감정 기록)

이제 엑셀이나 노트에 당신만의 '자산 지도'를 그려볼 차례입니다.

이 워크시트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각 항목을 적을 때 "이 돈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이 DMP의 핵심입니다.


왜 '감정'을 적어야 할까요?

우리는 '이성적'으로 돈 관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 돈을 쓰고 모으는 행동은 '감정'이 결정할 때가 많습니다.

("감정: 불안함") → 이 주식 계좌를 볼 때마다 불안하다면? 감당 못 할 돈을 투자(수증기)에 넣었다는 신호입니다.

("감정: 답답함") → 적금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면? 너무 많은 돈을 '얼음'으로 얼려둬서 '물'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감정: 뿌듯함") → 청약 통장을 볼 때 뿌듯하다면? 당신에게 '내 집 마련'이 중요한 가치라는 증거입니다.


이 '감정' 기록은 3부의 다음 단계들(욕망, 우선순위)에서 당신의 '진짜 기준'을 찾는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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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POINT] '김현실'과 '이채움'은 어떻게 작성했을까요?

'자산 지도' 작성이 막막한 독자님들을 위해, 3부 프롤로그에서 소개한 두 사람('김현실', '이채움')의 완성된 예시를 참고용으로 보여드립니다. 이것은 정답이 아니라, '현실적인 2030의 자산 지도' 예시일 뿐입니다.


(예시 1) 김현실 (29세, 직장인 5년 차, 세후 280만 원)

특징: 전형적인 '얼음(안정성)' 중심 포트폴리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급하며, '물(유동성)'이 부족해 불안함을 느낌.


(예시 2)이채움 (32세, 프리랜서 6년 차, 세후 330만 원)

특징: 소득이 불규칙해 '물(유동성)' 비중이 높음.
'수증기(변동성)' 투자에 관심이 많지만, 마이너스 통장 사용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


3부 1장의 목표는 이 표를 '완벽하게'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내 돈의 상태가 이렇구나"라고 '인지'하고, "이 돈을 볼 때 내 기분이 이렇구나"라고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 '자산 지도'는 3부의 여정이 끝날 때 다시 돌아와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은, 지금 당신의 솔직한 상태를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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