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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빚을 냈다고 나라가 망하냐?

IMF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나라.

우리나라의 빚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뉴스는 많지 않아.

오히려 여전히 기회가 되면 집을 사야 한다는 뉴스는 접하기가 쉽지.


건설기업이 빚이 많다거나

이자만큼도 못 버는 좀비기업이 많고,

가정의 빚이 GDP를 넘겼다는 이야기는

빚이 많다는 것은 알려줘도

그래서 뭐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잖아.


건설기업이 빚이 많고, 좀비기업이 늘어나도

우리 회사가 아닌데, 내가 나쁠게 뭐야?

집 사려고 빚을 내는 사람이 늘어나면

내 집값이 오를 텐데

가정의 빚이 GDP를 넘었어도 내가 손해 볼 거 없잖아?


그런데.. 그게 아니야.


빚으로 인한 위기라고 하는 것은

다른 얘들이 망한 여파로

내가 내는 이자를 올릴 수 있다는 거야.

지금은 이자를 낼 수 있어도,

다른 얘들이 망하면서 이자가 오르면

대출이 묻은 얘들은 다 같이 망하는 거야.


나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 얘들도 빌려줬어.

그리고 다른 얘들한테 돈을 못 받고 손실이 커지면,

나에게 이자를 더 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심지어 은행이 위험해서 나에게 요구하는 이자의 크기에는 한도가 없어.

내가 '고정금리'라고 해도 말이지.

빚은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안전하지 않아.


기업들이 돈 벌려고 낸 빚이
나에게까지 위험했던 IMF(국제구제금융 : 망해가는 나라에게 나라를 담보로 초고리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기금- 돈을 못 갚으면 해당 국가산업을 팔아버림).


1997년 우리나라가 IMF에게 돈을 빌리는 사건의 시작은 태국 경기부양책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태국은 바트화의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달러를 팔고,

국고를 소진하는 중에도 경기부양을 위해서 나랏돈을 풀어댑니다.


태국의 환율방어와 국가부양책의 실패는 주변의 아시아 국가의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됩니다.


1997년 즈음에 우리나라 은행(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은 '금융자유화'의 정책의 일환으로

금리가 싼 선진국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와서, 고금리인 동남아에 '장기'로 돈을 빌려줬었요.

그런데, 태국의 경제실패로 동남아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못 받은 돈이 늘어났죠.

더욱이 아시아의 경기악화로 외국 투자자들은 동남아와 가까운 한국의 주식도 팔아치웠어요.


그리고, 1997년 10월 은행에게 9조 4천억 원을 빌린 한국에서 8번째로 큰 기아그룹이 무너집니다.


그러니 한국 기업과 종금사에게 돈을 빌려준 외국계 은행들은 기업들과 종금사의 '상환능력'을 의심하며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환요구'(sudden stop)를 겪게 된 일부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는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었고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 나갔습니다.

이제 외국계 은행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의 상환능력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다른 기업들 또한 유동성위기를 겪게 되었죠.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의 상환요구로 인해 '급작스러운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고, 원화가치는 크게 하락(환율상승) 합니다.


달러가 비싸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어요.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빌렸던 자금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였습니다.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 때 1달러를 빌렸다면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크기는 1,000원이었는데
환율이 1달러당 2,000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 한다면 부채크기는 2,000원이 되어버리죠.

1997년 6월 당시 환율은 1달러당 1,000원 미만이었으나,
1997년 12월 환율은 1달러당 2,0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했었습니다.


국내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비싸진 달러화로 그들의 부채를 상환했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 달러화를 팔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이제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외채를 갚을 수도 없었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수도 없었죠.

결국 달러화가 필요한 한국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맙니다.


외국통화인 달러화가 부족하여 발생한 위기, 즉 '외환위기'(Currency Crisis)가 발생한 겁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태국의 경기 실패 때처럼


원화 가치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 달러를 팔고

집 사라고 나랏돈으로 가계 대출을 늘리고

국가신용기금으로 기업의 부실채권을 연장하는 등 나랏돈을 쓰고 있어요.

그리고, 저금리라는 이유로 건국이래 최초로 엔화 표기 외채도 생겼어요.


여기에 미국보다 낮은 금리로 외국계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식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들에게 '장기'로 자금을 빌려준 외국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을 '상환능력의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갚지 못할 빚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이 기존에 빌린 돈을 급하게 갚아야 하는 갑작스러운 요구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위험 신호가 경제 전반에 나오고 있음을 한국은행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마저 정치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탓에 위험 요소는 여전히 커지고 있어요.


IMF가 지나는 동안 서민들의 극단적 사고도 늘고,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잃었지만,

재벌가의 사람들은 기업의 경영권은 잃었어도 경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국가의 경제위기는 서민만의 피해여서 사고가 터질 때까지 정부와 기업은 아무런 대책도 경고도 없는 것일까요?? 정부와 신문에서 대출을 권장하는 상황에 빚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제 글의 조회수만큼이나 미미한 일이겠지만... 여전히 빚 무서운 줄 모르는 추경호장관님의 행보에.. 글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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