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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욕망의 해소다.

Get me if you can.

390만원 10개월 할부
VS
10달 모아서 390만원.


밥을 먹고, 기름을 넣고, 월세를 내고, 옷을 사는 

일상적인 소비가 아니어도

축의금이나 조의금, 병원비 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처럼

우리는 간혹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급하게 돈 쓸 일은 있어도

급하게 사야 하는 물건은 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꼭 지금 사야 할 것 같았던 파격적인 할인의 상품도,

남들보다 오래된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도,

수리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저 놈의 똥 차를 바꾸는 일도

당장 결정하지 않았는데, 제 생활에 별로 지장은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생활에서 물건을 사는 시기를 늦추면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고 효율적인 소비가 가능할지도 몰라요.


지금의 스마트 폰이 최신 폰이 아니어도 되는 것을 넘어서,

굳이 외제차가 아니어도 되는 현실이나,

기능을 넘어선 소비의 신발, 옷, 시계 등

저에게 소비는

구매의 필요성과 욕망의 해소의 모호한 구분 속에서

외부의 자극을 해소하는 행위였을지 모릅니다.


더구나 저에게 소비의 자극은

상당 부분 즉각적이고 유지성이 낮았어요.

당장 사야 했던 아이폰 13도 다음 해가 되면 14를 원하게 되고,

옷, 신발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금 당장 먹고 싶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것을 원했거든요.


그렇다고, 이런 소비를 모두 욕망의 해소로만 비약할 수는 없어요.

소비에서 오는 즐거움이 한편 제가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이고,

모든 해탈을 한 싯다르타의 옷 한 벌과 고뇌의 삶보다는 

쾌락을 즐기는 디오니소스가 더 좋은 저는

지금의 욕심을 탐욕이라고 통제하는 해탈을 원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소비의 도파민에 절여진 뇌를 달래면서도 

욕망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적어도 할부로까지 사고 싶은 물건은

할부라고 치고 매달 돈을 모아서 나중에 사보려 합니다.


할부로 매달 39만원을 내는 것보다

매달 39만원을 모으는 시간 속에서

과연 내가 할부까지 해서 사고 싶은 것은 나에게 필요성인지 욕망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아 보는 것이죠.


지금 갖고 싶은 그 욕망은
도파민에 절여진 제 뇌의
즉흥적 욕망인 경우가 많았어요.


적어도 할부로 그것을 살 것이라면, 할부금만큼을 매달 모으면서 생각하고 소비를 미뤄보려고 합니다.

여보.. 근데... 할인이 끝나면 어떡하지..??


곰도 100일만 참고 사람이 됐다는데..여보..10달 후에는 사도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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