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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돈이 전부는 아니야."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어."

"부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이 말들은 위로일까, 변명일까..?

이런 말들을 특히 돈이 없는 사람들이 더 자주 접한다. 그리고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조금 더 외로워진다. 괜찮다는 말은 언제나,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괴로운 사람에게 "돈이 다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일은 너무 쉽다. 그래서 그 말은 자주, 무책임하다.


나는 정말 괜찮은가? 나는 정말 행복한가? 나는 지금, 돈 걱정 없이 살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괜찮다"는 말은 입안에서 맴돌다 삼켜진다.


우리는 모두 돈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20대 후반의 지민이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도, 함께 가는 맛집의 저녁 한 끼도, 모든 것이 계산기를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나는 돈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싶어' 라고 말하면서 괜찮은 척했다..

30대 초반의 상현이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요즘 주식이 어떻냐"는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가 투자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웃으며 '나는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생각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 그의 머릿속은 온통 돈 걱정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모두 돈에 대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돈보다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고...

그런데 정작 밤에 잠들기 전에는 다음 달 적금은 얼마나 넣을 수 있을지, 언제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부모님이 아프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런 괴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가 돈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을 왜 이렇게 어려워하는 걸까.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무력감.

한국 사회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는 늘 극단적이다. 한쪽에서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F.I.R.E를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돈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Y.O.L.O를 칭송한다.

"요즘 시대에 투자 안 하면 바보야."

"부동산은 언제 사든 오른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런 말들은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모으고, 더 빨리 부자가 되라고 우리를 재촉한다.

반면
"돈이 전부는 아니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소박하게 사는 게 진짜 행복이야." 이런 말들은 삶을 나에게 집중하며 우리를 달랜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불가능에 시간을 허비하는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이미 패배를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돈을 벌고 싶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결국 우리는 돈에 대해 침묵하게 되면서, 정작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가장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면 괜찮을까?

이 질문에 우리는 너무 빨리 '그렇다'고 대답하곤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든 재무설계는 '부자가 되기 위한 설계'가 된다. 나의 크기, 나의 바람, 나의 리듬은 점점 사라지고, 통계와 비교표, 평균치와 모델 케이스들이 자리를 채운다.

'30세까지 1억 모으기.','40세까지 3억 만들기.','은퇴 후 100세까지 살려면 얼마가 필요한가.' 이런 목표들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나'라는 사람이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그저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가 될 때, 우리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게 된다. 돈은 삶을 위한 도구인데, 삶이 돈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부자가 된 후의 내 삶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부자가 되어도 여전히 불안할 수 있다. 목표 금액을 달성해도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며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돈을 모으는 일이 습관이 되고, 쓰는 일은 늘 불안하다.


나를 잃어버린 재무계획의 문제

시중에 나와 있는 재무설계 책들을 펼쳐보자. 대부분 이런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20대에는 적극적 투자를, 30대에는 안정적 투자를, 40대에는 보수적 투자를."

"소득의 30%는 저축하고, 40%는 생활비로, 20%는 투자로, 10%는 보험료로."

"주식 70%, 채권 30%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라."

이런 조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있다. 모든 20대가 같은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고, 모든 30대가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어떤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어떤 사람은 많은 돈보다 적당한 돈과 여유 시간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보다 돈을 우선순위에 둔다.

획일적인 재무설계는 이런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한다. 그래서 아무리 '합리적'인 계획이라도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내 성향과 맞지 않는 계획은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다.


'나'를 중심에 두는 재무설계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방향을 되묻는다.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나'로 사는 법을 재무적으로 설계할 수는 없을까?

재무설계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묻는 기술이다. 행복은 누구의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내가 원하는 안정은 무엇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불안은 어디까지인가.


예를 들어보자.

나는 위험한 투자를 할 때 밤잠을 설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안전한 투자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을 더 후회하는 사람인가?

나는 매월 일정한 금액을 저축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여유가 있을 때 목돈을 모으는 것을 선호하는가?

나에게 '충분한 돈'이란 얼마인가? 그 기준은 어디서 왔는가?

나는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로 조금은 나에게 맞는 투자 성향을 찾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정형화된 질문들로도 나를 찾는 것은 쉽지않다.
나를 찾는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진짜 재무설계의 시작이다.


'나'를 중심에 두는 재무설계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평균 저축률이나 추천 투자 비중보다, 내가 편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찾는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솔직함에서 시작하는 재무 관리

그 질문의 답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중심에 두는 재무설계를 이야기하려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돈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

"나는 경제적으로 불안하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나는 일을 안하도 놀고 싶다."

"게임만 하고 싶다. 여행만 가고 싶다."

이런 마음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런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건강한 재무설계가 시작된다.


나의 욕심이나 불안을 숨기려고 하면, 결국 무리한 계획을 세우거나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나는 목표를 위해서 오늘을 희생할 수 있어."

라고 말하면서 정작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거나,

"빨리 부자가 되어야 해"

라고 생각하면서 위험한 투자에 몰두하게 된다.

솔직함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용기가 있어야 진짜 나에게 맞는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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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약속하는 것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된다"는 공식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게으르게 산다거나 돈에 무관심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가 원하는 속도로 재무 목표를 달성해나간다는 뜻이다.

때로는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다. 때로는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허망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해소되지 않는 갈망이 되지 않도록... 이 책은 그런 솔직하고 현실적인 재무설계를 위한 안내서가 되고자 한다.

당신의 돈 이야기가 당신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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