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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장. 돈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불안하다.

부자가 되는 공식은 없다 ― '부자'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이 방법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시작해야 늦지 않다."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승자다."

언제부터인가 미래계획은 '부자가 되는 기술'로만 여겨진다. 시장은 경쟁적으로 '부자 되는 법'을 팔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식'을 들고 나온다. 그 속에는 '나도 할 수 있다.'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모두가 10억, 100억을 목표로 하는 것은 맞을까?

그 목표가 진짜 '나'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정한 기준을 따라가는 것인가?


우리가 믿어온 많은 공식은 사실 '성공을 판매하는 공식'일 뿐이다. 수익률, 복리, 포트폴리오. 이 모든 말들이 아무리 세련되어도, 그 바탕에 '나'가 없다면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설계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타인의 공식은 종종 타인의 속도까지 함께 강요한다. 어떤 기준은 '30세까지 1억', 어떤 기준은 '40세까지 내 집 마련'이다. 남들의 시간표에 나를 끼워 맞추다 보면, 나의 감정, 나의 리듬, 나의 가능성은 무시된다. 그래서 어떤 계획도 결국 달성되지 않고, 실패는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공식이 아니라 '방향'을 묻는 일, 그것이 나를 중심에 둔 재무설계의 시작이다.


투자의 본질과 개인차의 인정

우리가 투자와 재무설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는 과거 교육 시스템에서 형성된 사고방식의 연장선이다. 동일한 시험을 보고, 동일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했던 경험들이 투자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직관적 기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자 수익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가진다. 누군가의 수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실에서 비롯된다. 주식 시장에서 내가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판다면, 그 반대편에는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파는 사람이 있다. 이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 각자가 직면하는 기회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199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 젊은 나이로 투자할 수 있었고, 어떤 사람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주식시장에 진입했다. 같은 시기라도 개인의 경험치, 보유 자본, 리스크 감수 능력, 정보 접근성은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결과를 좌우하는 운의 요소는 통제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자 되는 공식'을 맹신하는 것은 마치 복권 당첨자의 번호 선택법을 따라하면 자신도 당첨될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성공한 투자자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 상황, 개인적 여건, 심리적 상태까지 모든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준은 평균이 아니라, 나의 세계관이다

우리는 흔히 재무설계의 기준을 '통계'에서 찾는다. 평균 저축률, 평균 자산, 평균 연봉, 연령별 투자 비중...

하지만 이 평균은 당신이 아니다. 누군가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 무리 없이 집을 사고, 누군가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누군가는 자녀의 사교육비로 매달 200만 원을 쓰고, 누군가는 혼자 사는 삶을 계획하며 노후를 준비한다.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삶은 끊임없는 비교로 흘러간다. "나는 뒤처졌나?", "나는 이만큼은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질문들은 곧 불안과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재무계획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더 큰 불안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개인적 가치관과 우선순위의 발견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도 각자의 목표와 가치관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현재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여행이나 취미 활동에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미래의 안정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저축과 투자에 몰두한다. 또 다른 사람은 가족을 위한 지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자녀 교육이나 부모 봉양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직결된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와 그로 인한 감정적 데미지를 받아들이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높은 변동성도 기꺼이 감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지만, 어떤 사람은 안정적인 수익률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재무 기준은 수치 이전에 세계관의 문제다. 어떤 세계를 살고 싶은지, 어떤 삶을 옳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재무설계는 그 신념 위에 세워져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사회적 압박과 개인적 선택의 구분

현대 사회에서 재무적 성공에 대한 압박은 다방면에서 가해진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부의 신화'를 생산하고, 주변 사람들의 성취는 SNS를 통해 과장되어 전달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재무 자유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날 때 시작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산 규모를 달성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더 큰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충분함'에 대한 개인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어떤 상태에서 '이제 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고 쓰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이 답은 타인의 조언이나 사회적 기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나와야 한다.


'나를 중심에 둔 설계'는 실패하지 않는다

나를 중심에 둔 재무설계는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타인의 속도나 결과가 아닌, 과정의 정직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매달 얼마를 저축하고 있는가보다, 그 저축이 나의 삶에 어떤 감정과 의미를 남기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투자 수익률이 몇 퍼센트인가보다, 그 투자가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들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기 맞춤형 성공 지표의 설정

전통적인 재무설계에서는 수익률, 자산 증가율, 목표 달성 여부 등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하지만 개인 중심의 재무설계에서는 이러한 지표들이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 진정한 성공의 기준은 다른 곳에 있다.

예를 들어, 월 50만원을 저축하는 것이 목표라면, 단순히 그 금액을 달성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 다른 가치들과의 균형,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50만원을 저축하기 위해 과도한 절약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은 성공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월 30만원을 저축하더라도 그 과정이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하며, 다른 삶의 영역과 조화를 이룬다면 그것이 더 성공적인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 중심의 재무설계에서는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감정과 만족도를 고려한 계획 수립

재무 계획을 세울 때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감정이다. 같은 투자 손실이라도 어떤 사람은 담담히 받아들이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개인차를 무시하고 '객관적' 기준만으로 계획을 세우면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할 때 이론적으로는 젊은 나이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주식의 변동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낮은 수익률이라도 안정적인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마음의 평안이 몇 퍼센트의 추가 수익보다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과 만족도를 고려한 계획은 겉보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지속 가능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계획은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해도 실행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중심에 둔 설계의 구체적 특징

그래서 '나 중심의 설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나의 언어로 재무를 정의한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도 "안정적인 월세"라는 말도, 누구의 말이 아닌 나의 말로 정리된다. 재무 용어들은 종종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를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과 욕구에 맞게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제적 자유'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에게는 "월 200만원의 소극적 소득으로 기본 생활이 가능한 상태"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상태"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부모님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일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용어라도 개인의 삶의 맥락에 따라 구체적인 의미는 달라진다. 자신만의 언어로 재무 목표를 정의할 때, 그 목표는 비로소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이 된다.


나의 감정을 측정 도구로 삼는다

계획을 지켰는지가 아니라, 그 계획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는지가 성공의 기준이 된다. 이는 재무설계에서 감정적 웰빙을 중요한 지표로 인정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재무 관리에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 판단만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적 존재이고, 감정을 무시한 계획은 지속되기 어렵다. 오히려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을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매달 적금을 넣는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 금액이나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저축을 할 때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런 긍정적 감정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을 발전시킬 수 있다.


나의 속도를 존중한다

빠르지 않아도, 멀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 '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는 '빨리빨리' 문화와 즉시성을 추구하지만, 재무 관리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전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남들보다 적게 모은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출발점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와 결과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고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쌓아 올린 재무계획은 외부의 변화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투자 시장의 등락이나 금리 변동에도, 남들의 성취에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철학'으로 만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방향을 묻는 연습: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지금 당신의 계획은 무엇을 기준으로 세워졌는가?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다운 삶'을 향해 가고 있는가?


핵심 질문들과 과정

'나 중심' 재무설계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다음의 질문들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왜 돈을 모으고 싶은가?"

이 질문은 재무 목표의 근본적인 동기를 탐구한다. 단순히 '많이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권을 갖기 위해서인지, 가족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인지, 꿈꾸는 일을 하기 위해서인지에 따라 재무 전략은 달라진다.


"나는 어떤 순간에 돈 걱정이 사라지기를 바라는가?"

이는 경제적 불안의 구체적인 지점을 파악하는 질문이다. 월세 걱정 없이 살고 싶은 것인지, 아이들 교육비 걱정을 덜고 싶은 것인지,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우선순위와 전략이 달라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돈을 쓰고 싶은가?"

저축과 투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출의 목적이다.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나누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면 돈을 모으는 과정도 더 의미 있어진다.


"나는 어떤 삶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는 만족과 욕망의 균형점을 찾는 질문이다. 끝없는 욕망의 추구가 아니라,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수준이 어디인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성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실제 경험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인생의 단계나 상황이 변하면 답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질문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무 계획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담은 의미 있는 설계도가 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당신만의 답이, '당신을 중심에 둔 설계'의 뿌리가 된다. 그 답이 있다면, 더디더라도 괜찮다.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 그것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의 행복한 계획

모든 사람이 100억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자가 벌 수 있는 수입에는 한계가 있고,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도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진정한 재무 자유는 무한한 돈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을 확보하고 그것에 만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기준이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나를 중심에 둔 재무설계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더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무설계의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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