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서 '성실한 장기저축'이라는 계획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가치(물가)'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물가를 이기기 위한 다음 단계, 즉 '투자'는 어떨까요?
적금 이자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2030은 자연스럽게 '투자'로 눈을 돌립니다. 1부에서 배운 ETF, 주식 조건검색식, 재무제표 분석 등은 저축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처럼 보입니다. "월 300 버는 주부"나 "20대에 1억 만든 직장인" 같은 성공 사례는 '투자'야말로 유일한 해법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하지만 이 '투자'라는 행위에도, 저축만큼이나 거대한 허상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투자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착각을 합니다.
1부에서 배운 도구들, 즉 차트 패턴, 재무제표, 조건검색식은 분명 유효한 지식입니다. "PER이 낮고 ROE가 높은 기업", "부채비율이 100% 이하인 안정적인 기업"을 찾는 분석(Analysis)은, 그 기업이 현재 '투자할 만한 타당성(當爲, Validity)'을 갖추었는지 알려줍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타당성 분석'을 '미래 예측(Prediction)'과 동일시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1부 6장에서 정의했듯, 주식 시장은 '가치 평가 경연장'이 아니라 거대한 '인기 투표장'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완벽하게 '타당성'을 분석해 1등 할 말을 골라냈다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이 그 말에 표를 던지지 않으면(인기가 없으면) 가격은 오르지 않습니다. 당신의 '분석'은 현재의 '사실'일 뿐이지만, '투자'는 "미래에 다른 사람들도 이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라는 '심리'에 베팅하는 게임입니다.
여기서 "수익이 나면 유식하고, 손실이 나면 무지하다"는 가장 큰 착각이 발생합니다. 열심히 분석한 종목이 오르면, 투자자는 자신이 '똑똑해서' 미래를 맞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당성'에 베팅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인기'에 건 베팅이 우연히 성공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완벽하게 분석한 종목이 3년간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는 자신이 '무지해서' 틀렸다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타당성 분석'은 맞았으나,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더 큰 아이러니는, 이 인기 투표장의 참여자 대부분(상당수의 개인 투자자)은 1부에서 배운 그 '타당성 분석' 자체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차트나 재무제표가 아니라 뉴스 헤드라인, 유튜브 썸네일, 커뮤니티의 '가즈아!'라는 외침에 반응합니다.
결국 '분석'을 아는 당신은, '분석'을 모르는 대중의 심리를 예측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심리 대결에 놓입니다. 1부의 지식들은 미래를 보는 수정구슬이 아니라, 불확실한 심리 게임장에서 내가 기댈 최소한의 '행동 규칙(기준)'을 세우는 재료일 뿐입니다.
"오케이, 예측은 심리 게임이라 어렵다는 거 알겠어. 그럼 이미 돈 번 사람 따라 하면 되는 거 아냐?"
아마 당신도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만 켜도 'OOO 코인으로 인생 역전', '주식 단타로 월 1000만 원 벌기' 같은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실거래 계좌까지 인증하며 "나만 따라오라"고 외칩니다. 내가 직접 머리 싸맬 필요 없이, 이미 검증된 고수의 '픽(Pick)'만 받으면 되니 얼마나 달콤한 유혹입니까.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특히 돈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날 도와준다는 고수들을 믿을 필요가 없는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당신은 이미 '막차'를 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고수'가 유튜브에 "저 이거 샀어요!"라고 올리는 순간, 그는 이미 저점에서 매수를 끝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상 편집하고, 썸네일 만들고, 업로드하는 시간 동안 가격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 정보를 보고 부랴부랴 매수 버튼을 누를 때는, 이미 가격이 상당히 오른 뒤일 수 있습니다. 고수는 저점에서 사서, 당신같은 팔로워들이 달려들 때(인기를 만들어줄 때) 슬그머니 팔고 나갑니다. 당신은 그의 '탈출용 미사일'이 되어주는 셈입니다.
'팔 때'는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샀다"는 신호는 요란하지만, "팔았다"는 신호는 조용하거나 아예 없습니다. 왜일까요? 팔로워들이 동시에 팔면 가격이 폭락해서 자기가 제값 받고 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신은 언제 팔아야 할지 몰라 수익을 놓치거나, 뒤늦게 폭락을 맞고 손실만 떠안게 됩니다.
그 '비법'은 사실 '영업 비밀'이 아닙니다. 정말 확실하게 돈 버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왜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줄까요? 알려주는 순간 경쟁자가 늘어나고 그 방법의 효과는 떨어집니다. 그들이 '투자 비법'을 파는 진짜 이유는, 그 비법 자체가 아니라 '비법을 파는 행위(강의료, 유료 멤버십, 책 판매)'로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맞는 옷이 아닙니다. 설령 그 고수가 진심이고 실력도 뛰어나다고 칩시다. 워런 버핏은 주식을 사면 20년도 기다릴 수 있는 돈과 배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떤가요?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인데, 버핏처럼 '20년 존버' 할 수 있습니까?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 투자할 수 있는 돈의 크기,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전부 다릅니다. 남의 투자 전략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당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처럼 불편할뿐더러 위험합니다.
"그래도 좋은 기업 주식은 결국 오르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믿습니다.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고, 기술력이 뛰어나고, 미래 전망이 밝은 회사의 주식(타당성)을 사서 오래 묵혀두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오를 거라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객관적 가치(타당성)' 자체가 아니라, 그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주관적 해석과 기대감(인기)'입니다.
정보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후발주자'입니다. 단기적인 주식 거래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습니다. 내가 100원을 벌었다면, 누군가는 100원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주로 잃을까요? 안타깝게도, 개인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정보의 속도와 질'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고급 정보를 먼저 얻고, 초고속 매매 시스템으로 우리보다 0.01초라도 빨리 반응합니다. 우리가 HTS에서 보는 '뉴스'나 '호가창'은, 그들이 먼저 소화하고 행동한 뒤에 나오는 '뒷북 정보'일 수 있습니다.
진짜 보스는 '감정'입니다: 당신 안의 비이성 투자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내면의 '감정'과 '본능'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비이성적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손실 회피 편향: 100만 원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 잃었을 때의 고통을 2배 더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손실 난 주식은 '언젠가 오르겠지'하며 팔지 못하고(손실 확정의 고통 회피), 수익 난 주식은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아버립니다.
확증 편향: 내가 산 주식에 대해서는 좋은 뉴스만 골라 믿고, 나쁜 뉴스는 '일시적일 거야'라며 무시합니다.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기 때문입니다.
닻 내림 효과: 처음에 본 가격(예: 내가 산 가격)에 집착해서, 그 가격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팔지 못합니다. 이미 상황이 변했는데도 과거의 '본전 생각'에 갇혀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런 감정적 오류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성적으로 투자할 거야!'라고 다짐해도, 막상 내 돈이 걸린 실전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에 휘둘립니다. 이런 비이성적인 무의식들이 모여 시장의 '인기'를 만들고 가격을 결정합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나면 절망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환상을 깨뜨리는 것이 오히려 시작점입니다. 투자로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 전문가를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 나의 '분석'이 곧 '예측'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모두 버려야 비로소 진짜 중요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이 투자를 하려고 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
"그 기준이 정말 나의 욕망과 가치에 맞는가?"
저축이 답이 아니듯이, 투자도 만능 해법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혹시 저축과 투자의 한계를 벗어나는 '내 사업', 즉 자영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이 다음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