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필수
지금부터 지겨울지도 모르는, 그러나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난하지 않게 사는 방법을 몰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어디든 금방 그만둘 생각으로 시작한 적은 없었다. 어떻게든 오래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안 되는 걸 어쩌랴.
퇴사를 하고도 주변 사람에게 ‘행복해 보이려고’ 애쓰던 날들이 기어코 낮밤을 뒤집어 놓았다. 신체 리듬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서 그럴때마다 구하기 쉬운 수면유도제를 삼켰다.
그러다 찾은 정신과. 우선 나는 치료가 필요했다.
업무를 할 때 자꾸 틀렸고, 빠트리는 일이 있었으며 기한을 놓치기 일수라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처음 만난 의사에게 고백했다.
“하기 싫어요, 모르겠어요, 머리가 안 돌아요, 모두에게 미안해요… 미안.”
이러한 현상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인생 전반에 걸친 고생들을 술술 털어놓았다.
전문가는 몇 마디 하지도 않고 툭툭 던지는 질문으로 내가 자연스레 답하게 했다. 선생님의 경청 자세가 매우 훌륭하고 대단했다.
의사가 판단하기에는 앞으로 3~4년은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우선 6개월가량 약물 치료를 받아보자고 해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 치료가 내게 드리운 검은 먹구름을 어서 걷어주기를 바랐다.
여전히 약을 먹고 있다. 본격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한 건 2022년 10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지도 어느새 3년 차가 되었다.
정신과에 가기까지 나 자신과 사투를 벌였다. ‘내가 우울증일 리 없다’는 부정, 인정하기까지 그리고 약에 몸을 적응시키기 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내가 먹는 약은 뉴프람정 10mg, 명인트라조돈염산염정 25mg, 자나팜정 0.125mg, 인데놀정 10mg. 모두 약국에서 조제 가능한 약들이다.
한때는 이보다 더 강한 약을 아침·저녁으로 나눠 먹었다. 지금은 용량이 많이 줄었고, 아침과 저녁에 먹는 약도 다르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나를 알게 되었고, 병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일찍 정신과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요즘 나는 기분이 좋아지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정말 그걸 한다. 하지만 갑자기 초조해지고, 예민이라는 가시가 내 살을 뚫고 나올 듯한 고통이 찾아온다.
우울이 나를 뚫은 건지, 내가 우울을 지나온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것과 내가 한 몸이 된 것 같다.
그렇게 독한 약으로 나를 다스리던 시간이 지나 지금이 되었다.
2025년 9월, 요즘 나는 약을 더 줄이고 있다. 그것은 어느 날 내 안에 스스로 솟아난 의지와 욕심이 만들어낸 변화다.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내게 그런 날들이 있었는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약은 정답이 아니지만 분명 ‘살 수 있는 줄’을 쥐여 준다. 그 덕분에 나는 살았다. 어느새 약을 안 먹어도 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 남은 건 병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늘어난 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