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라스트 팡~

by 김쓰새

오늘은 그냥 하루가 아니라,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이나 ‘마지막’ 같은 말을 붙이는 순간

어느 날일지도 모를 하루는

괜히 의미를 얻는다.


내가 살아온 서른여덟 해 중에서도

이 해는 유난히 흔들림이 적었다.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만큼,

조용하고 무탈했다.


채우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모든 것을 가지려 애쓰던 때는 지나간 듯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오가는 요즘,

나는 애써 욕심내기보다

이미 내 앞에 놓인 것들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삶을 정리하던 시간이 있었나 싶을 만큼,

올해의 나는 다시 무언가를 해보려

작고 분명하게 꿈틀거렸다.


가장 먼저 운전을 시작했다.

차를 사고, 연수를 받고,

출퇴근길에서 지옥철을 벗어났다.

하지만 도로 위라고 해서 천국일 리는 없었다.

막히는 길 위에서 나는

어느 선택도 완벽한 만족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건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직접 겪어야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했다.

드디어 가능해진 ‘글 올리는 일’을 시작하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글에 재능이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재능이란,

쓰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 해는 성취의 해라기보다는

깨달음의 해에 가까웠다.

얻은 것은 없었지만, 덜 잃기 위해 애썼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고

오늘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