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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가는 통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9월 호

글 폴 살로펙  사진 마티외 팔레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길을 걷다보면 평화로운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오늘날 긴장 상태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녀는 자주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쫄바지를 입고 있었다.


젊은 외국인 여성인 그녀는 험준한 지형을 이루는 중앙아시아의 변방 지역에 주차돼 있는 차 지붕 위에서 맨발을 흔들며 홀로 춤을 추고 있었다. 파미르 고원 남단에 있으며 아편 밀수꾼들의 주요 경로로 악명 높은 이곳은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을 가르는 판즈강 강가다. 차에는 유럽연합 국가의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여성은 누구일까? 오래된 히피의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 아편 중독자? 모험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와칸 회랑에서 시돌(왼쪽), 주마굴(가운데), 아싼칸(오른쪽)이 저지대의 풀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본 뒤 야크를 타고 돌아왔다.


나는 지친 당나귀를 이끌고 그녀 앞을 천천히 지나가며 땀에 전 모자를 들어 인사를 했다. 한 달 넘게 중앙아시아의 험준한 산봉우리를 오르며 야영하느라 배는 쏙 들어가고 피부는 바람 때문에 쩍쩍 갈라진 상태였다. 나는 세계를 걸어서 횡단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걸어서 에덴 밖으로’ 프로젝트를 위해 엄청난 거리를 걸어왔다. 이 프로젝트는 석기시대에 최초로 지구를 탐험한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순례 여행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는 매일같이강을 건너고, 한 달 걸려 대륙을 횡단하고, 결국 3만 4000km를 끊임없이 걷다보면 날마다 경이로운 광경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인지 황무지에서 춤을 추는 여인을 보고도 놀랍지 않았다.


우치 우르군트 마을에 사는 오미나 베굼이 자신의 집 지붕 위에 지은 오두막에서 쉬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9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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