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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지배자, 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0월 호

[1]


글 피터 그윈 사진 브렌트 스터튼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매와 독특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아랍의 한 지도자와 그가 고용한 매 조련사가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방식이 이 조류를 보호하는 데 본보기가 될지도 모른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아라비아 사막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내는 가운데 셰이크 부티 빈 막툼 빈 주마 알 막툼과 그의 아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다. 아직 냉기를 머금고 있는 매끄러운 모래에는 밤에 방황하던 사막여우의 발자국들이 이리저리 엇갈려 찍혀 있다. 근처의 한 모래 언덕 기슭에는 어슴푸레한 형상의 조그만 기둥 12개가 늘어서 있고 모래 언덕 꼭대기에 서는 한 남자가 차를 내기 위해 접이식 탁자를 펼치고 있다. 지평선에서는 두바이 스카이라인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셰이크 부티의 할아버지인 셰이크 라시드 빈 사이드 알 막툼이낙후된 오지에 불과하던 두바이를 초현대식 항구 도시로 변모시켰다. 두바이에는 셰이크 부티가 처리해야 할 현안과 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셰이크 부티는 자신의 조상 베두인족의 터전이었던 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매들과 함께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두바이 왕가의 원로인 셰이크 부티 빈 막툼 빈 주마 알 막툼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매 몇 마리와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금은 10월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에서 매 조련사들은 사냥과 다가올 경주 철에 대비해 자신들의 매를 훈련시키느라 분주하다. 셰이크 부티는 아들 막툼(27)을 포함해 수행원들과 함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 사막으로 가서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기 전에 새들을 훈련시킨다.



몽골의 관리들이 절연 처리가 안 된 전선에 닿아 죽은 세이커매들의 사체를 모아놓았다.



날이 밝아오자 아까 본 그 12개의 기둥이 하루의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복면을 두른 채 횃대에 앉아 대기 중인 12마리의 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밤색과 크림색이 섞여 있는 송골매, 흰 점이 있는 흰매, 짙은 갈색의 세이커매 그리고 교배종들이 있었다. 이 녀석들은 유럽, 아시아와 북극의 야생지대에 사는 매의 혈통들을 이어받았다. 


하워드 월러가 수컷 흰매로부터 정액을 얻어내기 위해 번식용 모자를 쓰고 암컷 흰매가 지저귀는 소리를 흉내내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0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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