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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고 물컹물컹하며 뇌가 없지만 아름다운 생물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0월 호

글 엘리자베스 콜버트  사진 데이비드 리츠와거



해파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녀석들은 물고기가 아니다. 녀석들은 자가 복제 능력을 가졌으며 몇몇 다 자란 녀석들의 경우 다시 유생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의 얕은 만에서 볼 수 있는 물해파리속 해파리들은 심술궂은 조그마한 유령 같다. 반투명한 우산 모양의 몸 둘레에 허연 촉수가 달린 녀석들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국립수족관에서는 방문객들에게 녀석들을 만져보라고 권하는데 처음에는 다들 무서워서 만지지 못한다. 그러다가 녀석들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소매를 걷은 뒤 주춤주춤 수족관 안으로 손을 넣는다. 


“물컹물컹해!” 남자아이 한 명이 외친다. “멋지다!” 한 여자아이가 소리친다.


Olindias formosus, 직경 약 10cm


“녀석들은 정말 매혹적인 것 같아요. 녀석들에게는 뇌가 없어요. 그런데도 살아갈 수 있고 대대로 번성하죠.” 이 수족관에서 해파리 관리 업무를 관장하는 학예연구사 제니 잰슨이 말한다. 해파리는 무시무시하고 물컹물컹하며 차갑고 뇌가 없으며 매혹적이다. 이 밖에도 녀석들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얼마든지 많다. 해부학적으로 녀석들은 비교적 단순한 동물이다. 녀석들에게는 뇌만 없는 것이 아니라 피와 뼈도 없다. 기본적인 감각 기관만 있을 뿐이다. 녀석들을 영어로 ‘젤리피시’라고 부르지만 녀석들은 물고기가 아니다. 사실 녀석들을 단일 집단으로 묶기는 어렵다.


Chrysaora fuscescens, 직경 약 20cm



‘해파리’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는 생물들 중 다수는 실제로 썩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동물 가계도상에서 전혀 다른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서식지도 다르다. 해수면 가까이에 사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깊은 바다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고 소수의 종은 민물을 선호한다. 그런 녀석들을 한데 묶는 공통점이 있다면 일생 동안 둥둥 떠다닐 수 있게 비슷한 생존 전략을 진화시켰다는 점인데 그 전략은 바로 한천질로 된 몸이다. 해파리의 다양한 진화 역사를 생각하면 녀석들이 매우 다양한 모양과 크기,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번식에 관해서라면 녀석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생물에 속한다. 해파리는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다. 종에 따라 두 개의 개체로 분열해 자가 복제를 할 수도 있고 작은 세포 주머니를 떨궈 번식할 수도 있다. 또한 횡분열이라는 과정을 통해 눈송이 모양의 작은 부유 전유생을 방출해 번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일부 해파리의 경우 죽은 후에도 번식이 가능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Rhopilema sp., 직경 약 5cm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0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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