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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4월 호

글: 닐 셰이  사진: 데이비드 구텐펠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난 일본의 대도시를 걸으며 이곳의 생기 넘치는 매력을 만끽하다


6월의 어느 쌀쌀한 이른 아침, 나는 어두컴컴한 도쿄 스미다강의 서쪽 둑 근처에 서서 관광객들이 밝은색 나일론 조끼를 입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 70명이 친선 축구 경기에서 입을 법한 녹색 조끼를 착용한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모래가 깔린 강가에 공을 차러 멀리서 온 것처럼 보였다.


도쿄는 지난 100년 동안 두 번에 걸쳐 재건됐다.


해 뜨기 한두 시간 전 우리가 모두 같은 조끼를 입고 모여 있는 이유는 당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어시장이었던 츠키지 수산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츠키지 수산시장은 창고, 냉동고, 하역장, 경매장, 노점상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시장으로 거의 100년 동안 도쿄에 해산물을 공급해왔다. 


도쿄 츠키지 수산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오전 경매가 열리기 전에 냉동 참치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이 유서 깊은 어시장은 곧 폐점을 앞두고 있었다. 활기찬 노점과 금이 간 자갈길은 도쿄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고도로 현대화된 도쿄에서 이곳은 무질서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비위생적인 장소일 뿐이다. 가을이면 츠키지 수산시장은 문을 닫고 이곳 상인들은 도시 중심부를 떠나 남동쪽에 새로 조성된 특색 없는 시설로 이사를 갈 것이다. 


꼬치구이를 파는 식당과 이자카야라고 불리는 포장마차들이 번화한 유라쿠초 지역의 철교 아래에 있는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한 줄로 서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발밑의 수조에서는 물고기 비늘이 반짝반짝 빛났고 주변에서는 기름과 썰물 때의 바다 냄새가 났다. 지게차와 덜컹거리는 수레가 사방으로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조끼를 입은 것이 차에 치이는 것을 방지하려는 안전상의 이유도 있지만 누군가 무리에서 이탈해 효율성이 극대화된 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4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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