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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된 난민촌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4월 호

글: 에마 매리스  사진: 찰리 해밀턴 제임스


우간다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을 거점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데이비드 크와제(26)가 태양열 가로등이 드리우는 그늘에 서서 스마트폰에 통계 수치를 입력한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을 등진 그의 눈에는 한 줄로 늘어선 흰색 창고마다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는 모습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길가의 수도에 물을 공급하는 커다란 물탱크 두 대 주변으로 큰 노란색 물통이 사방에 퍼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크와제는 일주일 내내 비포장도로를 걸어 다니며 모든 상점과 교회, 학교, 진료소, 수도, 광원체를 디지털 지도에 표시했다. 크와제와 다른 지도 제작자 여섯 명이 함께하는 이 지도 작업이 모두 끝나면 프랑스 파리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이 지역에 대한 대중 열람용 지도가 완성될것이다.



여성이 육아와 가사 노동을 도맡아 하면서 TV 시청을 할 수 있는 회관에는 남성 고객들이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15센트를 내면 영화나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비디비디 난민촌이다. 우간다 북부에 있는 비디비디의 여러 마을에는 약 25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는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크와제는 2년 전에 이곳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남수단에서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밀려들면서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숲을 밀어내고 사람 키만큼 자란 잡풀과 개울이 있던 자리에 400km 길이의 도로가 건설됐다. 크와제와 그의 가족은 작은 땅 위에 진흙 벽돌집 몇 채를 지었다. 크와제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으며 현재 인도주의 오픈스트리트맵 팀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임시 난민촌에서 영구 도시로 변해가는 비디비디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난민촌에는 일자리가 드물고 오락거리가 별로 없다. 시장에서 남자들은 포켓볼이나 도미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크와제가 길을 건너 비디비디에 있는 다섯 개의 중등학교 중 한 곳으로 들어간다. 이 학교는 두꺼운 나뭇가지로 세운 뼈대에 방수천을 둘러서 만든 건물이다. 창문 모양으로 도려낸 방수천이 바람에 펄럭인다. 고된 날이었던 데다 돌로 뒤덮인 학교 앞마당을 걷는 동안 크와제는 더위에 지쳐 의욕이 다 사라진 상태였다. 그때 그의 눈에 회색 정장 셔츠를 입은 한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남수단에서 내 선생님이었던 분이에요!”


남수단 출신인 나이트 마이(왼쪽)와 플로렌스 스티마(오른쪽)는 비디비디의 한 미용실에서 일을 한다. 두 사람의 주급은 5달러가 채 안된다.



크와제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그 남자와 포옹하고는 의자에 앉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고교시절 은사이자 지금은 비디비디에 있는 이 학교의 교무 주임인 소코 카미스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이 학교는 언제 개교했나요? (2017년 2월에 개교했단다.) 이 건물은 임시 건물인가요? (그렇지.) 어떤 문제점들이 있나요? (화장실이 허물어지고 있고 학생들은굶주리고 있지. 교과서도 부족하단다.)


비디비디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은 여섯 시간 넘게 진행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4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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