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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도사리는 위협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글 크레이그 웰치  |  사진 케이티 올린스키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녹으면서 지형을 바꾸고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탄소 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생태학자 세르게이 지모프가 털매머드의 뼈 하나를 뼈 무더기 위로 던졌다. 그는 서늘하고 폭이 넓은 러시아 콜리마강을 따라 나 있는 진창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콜리마강은 흙이 허물어져 내리는 드높은 절벽 아래에 있다. 그는 동부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맞이했다. 북극권에서 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지역은 러시아 영토이지만 모스크바보다 미국 알래스카주와 더 가깝다. 서리나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반니 야르라고 불리는 이 절벽에는 콜리마강이 침식해 들어와 그 밑에 묻혀 있던 것이 드러났다.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 있는 얼어붙은 땅, 즉 영구동토층이다. ¶ 나뭇가지와 식물들, 빙하시대 동물의 주요 부위들이 지모프가 발을 딛고 있는 강변으로 쏟아져 나왔다. “두반니 야르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이곳은 책 같거든요. 각 책장에는 자연사 이야기가 담겨 있죠.” 그가 말했다. 면적이 2300만km²에 이르는 지구 꼭대기에서 기후변화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북극의 영구동토층은 과학자들이 한때 예측한 것처럼 서서히 녹고 있지 않다. 



북극 전역에서 호수 아래에 있는 땅의 얼음이 녹으면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새어 나오고 있다. 


지질학계의 개념으로 말하면 거의 하룻밤 사이에 녹고 있는 셈이다. 두반니 야르에서 보듯 토양이 물러지고 내려앉으면서 얼어붙은 흙속에 수천 년간 갇혀 있던 고대 생물의 흔적뿐 아니라 다량의 탄소가 함께 방출되고 있다. 이 탄소는 메탄이나 이산화탄소로 대기에 유입돼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말이다. 



알래스카주 카크토비크 근방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이런 위협에 대해 지모프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두반니 야르에서 고속정으로 약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금광촌 체르스키의 낡은 연구기지에서 수십 년 동안 북극 온난화에 얽힌 수수께끼를 파헤쳐 왔다.



알래스카주의 브룩스산맥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앨라트나강의 계곡은 야생동물이 따뜻해지고 있는 북극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됐다.


두반니 야르와 그 밖의 현장에서 발견된 풍부한 매머드와 여타 거대 초식동물들의 화석을 통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주, 캐나다 서부가 향초와 버드나무가 무성한 비옥한 초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동물과 식물들이 죽었을 때 추위 때문에 부패 속도가 더뎌졌다. 이들 동식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에 실려온 흙에 묻혀 영구동토층에 갇히게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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