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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늑대들과 홀로 마주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글 닐 셰이  |  사진 로넌 도노반


북극늑대 무리와 30시간을 함께 보낸 본지 기자가 툰드라 지대의 이 포식동물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북극 지방의 이른 아침을 밝히는 푸른 빛 속에서 늑대 일곱 마리가 깽깽대며 하키용 퍽만 한 얼음덩어리를 쫓아 꽁꽁 언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가로질러 갔다. 그 시각 우주를 담은 거울 같은 이 호수는 다양한 색을 띠고 있었고 늑대들 또한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늑대들은 호수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추격전을 벌였다. 새끼 늑대 네 마리가 얼음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쳐대며 경쟁했다. 더 큰 늑대 세 마리가 이 녀석들을 호숫가에 있는 얼어붙은 풀밭으로 밀쳐냈다. 나는 추위에 벌벌 떨며 공책에 거의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우스꽝스럽다’고 적었다. 무리에서 가장 큰 늑대는 몸무게가 약 30kg에 달하는 한 살 된 심보가 고약한 수컷이었다. 머리 위로 큰까마귀 한 쌍이 하늘을 맴돌고 있었고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제외하면 툰드라 지대에는 늑대들의 울음소리와 늑대들의 발톱이 얼음에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얼음덩어리는 풀 밭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가장 몸집이 큰 녀석이 이를 쫓아가더니 얼음덩어리를 어적어적 씹어버렸다.


이 어린 사향소는 늑대들의 공격을 20분 동안 막아냈지만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나머지 늑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 채 그 모습을 보며 서 있더니 하나둘 몸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새끼 늑대 한 마리가 깃털을 물려 하는 동안 다른 녀석은 무리의 암컷 우두머리인 ‘화이트스카프’(맨 오른쪽)에게 코를 비벼대고 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쉽게 묘사할 수 없다. 포식동물 무리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 심장이 10여 차례나 뛰는 동안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람은 보통 늑대에게 그런 식의 평가를 당하는 대상이 아니지만 내 몸은 본능적으로 내가 평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듯했다. 몸이 다시 떨렸다. 몇 분 전까지 녀석들은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지만 어쨌거나 이 녀석들은 야생 늑대였다. 녀석들의 하얀 털은 피가 들러붙어 거무스름했다. 녀석들이 먹던 사향소 사체는 흉곽이 활짝 열린 채 뼈는 부채 모양으로 하늘로 솟은 상태로 근처에 놓여 있었다. 그 사향소는 나보다 몸집이 몇 배는 더 컸다.



늑대들은 이번 사냥에서 거의 이틀 동안 약 100km를 걸었다.


늑대들은 이번 사냥에서 거의 이틀 동안 약 100km를 걸었다.9월의 어느 날 해 질 무렵 12주 된 새끼 늑대가 갓 잡은 사향소를 먹은 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먹잇감을 간절히 원하는 늑대 무리가 사향소와 북극토끼를 찾아 그릴리피오르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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