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로운 냉전 시대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글 닐 셰이   |  사진 루이 팔루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밑에 묻혀 있는 자원과 해상로를 장악하려는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구의 최북단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구름이 잔뜩 낀 11월의 어느 늦은 오후, 북극 마을 조헤이븐에서 새롭게 선출된 경비대장 마빈 앳키투크가 마을 외곽의 얼어붙은 바다에 서서 회의를 하기 위해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에 눈발이 날렸다. 기온은 약 영하 30℃로 춥지만 북극의 날씨치고 그리 매서운 추위는 아니었다. 약 20명의 이누이트족 남성과 몇몇 여성들이 어깨에 소총을 멘 채 모였다. 이들은 카리부 가죽을 손바느질로 기워 만든 재킷이나 북극곰의 털로 만든 바지, 혹은 상점에서 구입한 방한복 등을 갖춰 입었다. 상점에서 구입한 제품은 모피보다 보온성이 훨씬 떨어지지만 이정도 날씨에 입기에는 충분했다. 앳키투크는 오늘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캐나다군 산하의 예비군인 캐나다 경비대 소속이다. 앳키투크는 이들을 이끌고 경비대장으로서 첫 번째 임무에 나서려고 한다. 바로 설상차를 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킹윌리엄섬 해안을 1주일간 순찰하는 것이다. 이 임무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사용법에 관한 교육, 군대식 사격 연습, 수색 및 구조 훈련, 수차례의 사냥과 얼음낚시가 포함된다.


알래스카주 포트그릴리 인근에서 약 400명의 미군 병사들이 낙하산 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나는 대원들이 이루고 있는 원의 끝에 선 채 눈썹에 달라붙은 얼음을 문지르고 있었다. 나는 대원들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가 그들의 얼굴에서 동상 때문에 생긴 상처들을 발견했다. 이 상처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 속하는 이곳에서 그들이 겪어온 거친 야외 생활을 대변하는 영예로운 훈장 같은 것이다. 잠시 후 해산한 대원들이 어둠 속으로 긴 여행길에 나서기 전에 마지막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앳키투크가 내게 다가와 춥지 않은지 물었다. 그는 다정한 어조로 곧 시작되는 여행 중에 잠들면 안 된다고 내게 주의를 줬다.


미국 비행사들이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할 경우에 대비해 신호탄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훈련하고 있다.



그는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때때로 사람들이 설상차에서 굴러떨어져 실종되기도 했다. 그는 이 섬뿐 아니라 누나부트준주 전역에 있는 그 어디에서도 휴대전화 통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게 상기시켜줬다. “무슨 일이 생겨서 홀로 남겨지면 누군가가 당신을 구하러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 말고 기다려요. 북극곰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고요.” 그는 말했다.


미국 해군의 공격 잠수함 USS 코네티컷호가 보퍼트해의 부빙을 뚫고 튀어나와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9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작가의 이전글 북극늑대들과 홀로 마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