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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밥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2월 호

글 크리스틴 델라모어 l 사진 야스퍼 두스트


새 한 마리가 호텔 창문을 들이받았다. 야생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녀석은 환경 보존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 기사는 녀석에 대한 이야기다.


밥은 아침 식사로 캐비아를 먹고 자신만의 염수 풀장에 몸을 담그며 2주에 한 번 해변에서 발 마사지를 받는 생활을 즐긴다. 누군지 몰라도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밥은 이런 생활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밥은 자신이 태어난 퀴라소에서 환경 보존 분야의 홍보 대사로 일하며 많은 시간을 어린 학생들과 함께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퀴라소의 수도 빌렘스타트에 있는 CBA 방송국의 아침 방송에 출연한 밥이 지정석으로 가기 위해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성탄절 장식 앞을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밥은 홍학이다.


수영을 마친 홍학 밥이 날개를 활짝 펼친다.


수의사 오데트 두스트가 밥을 구조해준 것은 2016년이었다. 당시 밥은 호텔 창문을 들이받아 뇌진탕을 입은 상태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비영리 야생동물 보호소인 카리브해 동물교육재단에서 밥을 돌보던 두스트는 녀석이 이전에 사육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녀석이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편하게 지냈고 갇혀 지내는 새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만성 질환인 족피부염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밥이 두스트의 집 뒤편에 있는 염수 풀장에서 야간 수영을 즐기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스트는 밥을 90여 마리의 다른 동물과 함께 보호소에 있는 교육용 동물로 계속 남겨두기로 했다. 밥은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매인 카라카라, 당나귀, 고양이와 강아지 무리 그리고 죽는 날까지 항상 탈주를 시도할 말썽꾸러기 사다새 두 마리 등 과 함께 두스트의 보호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


두스트가 자신이 구조한 몇몇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 근처의 수영장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두스트가 무명이던 밥을 데리고 네덜란드 자치령인 퀴라소의 학교와 지역사회의 모임 장소를 매주 방문하기 시작하자 녀석은 즉시 유명 인사가 됐다. 밥은 언론에도 잇따라 등장했다. 라디오 인터뷰 도중 새의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두스트는 얼떨결에 “밥”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녀석의 이름이 정해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2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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