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5월 호
글 데이비드 콰멘 l 사진 토마스 무니타
한 진취적인 미국인 부부에게는 꿈이 있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땅을 사서 새로운 공원 부지로 기부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절박한 시기였죠. 더글러스는 그 일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어요.” 크리스틴 맥디비트 톰킨스가 탁자 앞에 앉아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지도를 펼쳐놓고는 1990년대 초반 칠레 남부의 푸말린 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와 고인이 된 그녀의 남편이자 은퇴한 사업가 겸 모험가였던 더글러스 톰킨스는 푸말린 지역의 매입을 통해 미국 자본과 선한 의도를 가지고 남아메리카의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석조로 멋지게 지어놓은 이 방문자용 숙박 시설의 창문 너머로 장관이 펼쳐져 있다. 광활한 초원, 힘차게 흐르는 시냇물, 남반구너도밤나무가 우거진 숲, 암청색을 띤 호수가 어우러진 대자연을 자랑하는 이곳은 톰킨스 프로젝트의 또 다른 결과물인 칠레의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이다.
안데스산맥 서쪽으로 내리 뻗은 차카부코 계곡을 끼고 있는 이 공원의 면적은 30만ha가 넘는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500km 떨어져 있는 푸말린 국립공원과 다른 여섯 곳의 국립공원을 모두 합친 면적은 총 450만ha에 달한다. 이 야생 지대들은 칠레 정부와의 협력 아래 톰킨스 부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신설 또는 확장됐으며 톰킨스 부부가 기증한 땅에 조성됐다. 이 국립공원 지대는 발디비아 온대우림으로 이뤄진 오르노피렌 국립공원에서 돌섬과 빙하로 이뤄진 카웨스카르 국립공원까지 칠레 남부 절반에 걸쳐 있다보니 폭넓은 다양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톰킨스 부부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난관에 부딪혔는지 그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푸말린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크리스틴 톰킨스가 지도를 펼치더니 내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5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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