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을 다시 논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7년 1월 호

글·로빈 마란츠 헤니그 사진·린 존슨


성 정체성의 지형도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바뀌고 있다. 과학의 힘을 빌려 성 정체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까?


그녀는 항상 자신을 소녀라기보다는 소년이 소년이라고 느꼈다.

E(가명)는 어릴 때부터 드레스를 입는 것을 싫어했으며 농구와 스케이트보드,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시에 있는 고등학교 웅변반의 학년말 발표회 자리에서 만났을 때 E는 자신의 수많은 옷 중에서 맞춤 정장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아주 짧게 자른 빨간 머리카락과 뽀얀 얼굴,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때문에 이 14살짜리 소녀는 정장 차림의 피터팬처럼 보였다.


MM8465_20160801_10139.png 트리니티 제이비어 스카이는 네 살 때 말하기를 아예 그만두다시피 했고 자기가 입은 남자아이 복장을 물어뜯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성기를 잘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날 저녁 늦게 E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명칭을 찾아봤다. 딱히 ‘트랜스젠더’는 아니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선 그녀는 여전히 출생 당시의 이름을 쓰고 있었고 ‘그녀’로 지칭되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흔히 다른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자신이 ‘부적합한’ 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반해 E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몸에 맞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이 말은 월경을 하지 않고 유방이 없으며 얼굴선이 더 뚜렷하고 ‘붉은 턱수염’을 기른 몸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E는 트랜스젠더 남성일까? 아니면 그녀의 표현대로 ‘유별나게 양성적’인 소녀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전통적인 성 역할의 굴레를 완전히 거부하는 사람일까?


MM8465_20160807_10592.png 여자로 태어난 헌터 키스(17)는 5학년 이후로 자신을 남자라고 느꼈다. 그는 7학년 무렵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았고 8학년 무렵에는 부모에게도 말했다.


최근 들어 E와 같은 사연들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요즘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해 많이 언급하다 보니 E가 자신의 취미와 선택하는 의상을 단순히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성의 행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성 정체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이런 대화들 덕에 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의 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전국적인 조사에서 트랜스젠더로 공식 집계된 사람들의 수가 불과 10년 만에 두 배가 됐다. 또 한 세대 전에는 명칭조차 없었던 ‘성별 비순응’이라는 넓은 범주에 속하는 인구가 증가했고 자신의 성별에 의문을 품는 초등 학령기 아동의 수도 늘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거나 성폭행을 당하거나 자살을 기도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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