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9월호
글 알레한드라 보룬다 l 사진 에이미 사카
오대호 지역의 문화와 경제는 얼음으로 뒤덮이는 겨울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전통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상실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았고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져 있다. 크리스티 리빗(38)이 사륜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고는 엔진을 끈다.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한 줄기 바람이 빙판을 휩쓰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폐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리빗이 운전석에서 뛰어내려 50cm 두께의 얼음에 발을 디딘다. 이곳은 미국 미시간주 상부 반도의 무너스콩호를 덮고 있는 빙판의 한 모퉁이다. 장화를 신은 그녀가 얇게 쌓인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인 얼음낚시를 할 준비를 한다.
리빗은 일년 내내 겨울 추위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얼음낚시꾼 중 한 명이다. 오대호 지역의 다른 많은 주민들처럼 그녀도 추운 날씨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간다. 그녀는 호숫가에서 숙박 시설과 낚시용 미끼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을 돕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얼음낚시와 설상차의 계절에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리빗처럼 2월에 얼음낚시를 하러 온 것은 지난겨울 오대호 전역에 걸쳐서 드문 일이었다. 오대호(슈피리어호, 미시간호, 이리호, 휴런호, 온타리오호)의 장기 평균 결빙 면적은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지난겨울에는 오대호 표면의 19.5%만이 얼었는데 이는 역대 최저 기록에 가까웠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9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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