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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들의 힘겨운 삶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7년 2월 호

글·신시아 고니  사진·에이미 톤싱


일부 문화권에서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사회에서 추방을 당하고 위협에 노출되며 학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부들이 이런 상황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1. 일상으로 돌아가기인도 브린다반

해가 뜨기까지 아직 한참 남은 새벽 시간에 브린다반의 과부들이 진흙 웅덩이와 아직 굳지 않은 소 똥을 피해가며 어두운 비포장길 골목을 따라 서둘러 걸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 자원봉사자들이 한 깨진 보도 위에 커다란 프로판 버너를 설치하고 욕조 크기의 통에 차를 끓인다. 과부들은 이른 새벽에 도착해야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무 늦게 오면 차는 바닥날지도 모른다. 골목 몇 개를 지나서 또 다른 자선단체가 나눠주는 뻥튀기 역시 금방 동이 날지도 모른다.


방글라데시 출신 과부인 박티 다시(75)는 서벵골 주 강가에 있는 영적 중심지 나바드윕의 사원 뒤편에서 약 25년 동안 살았다.


은빛 달이 떠 있는 어느 시원한 날 새벽 5시 30분. 몇몇 과부는 알록달록한 사리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흰색 사리를 입고 있었다. 최근뿐 아니라 수십 년 전에도 인도에서 흰색 옷은 남편과 사별한 여성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표시다.


인도 최근까지만 해도 색깔 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며 즐기는 홀리 축제에 과부들이 동참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졌다.

어느 누구도 브린다반에 사는 과부의 수에 대해 확실한 통계를 낸 적은 없다. 2000~3000명이라는 보고도 있고 1만 명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힌두교의 영적 중심지 역할을 하는 브린다반과 그 주변 마을들에는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를 숭배하는 사원이 가득하고 수많은 아쉬람에서는 가난한 과부들이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하루 종일 ‘바잔’(신에 대한 찬가)을 부른다. 이들의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 때문에 바잔 아쉬람의 신성함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바잔을 부르는 것은 명목상 성지 참배자와 성직자들의 역할이지만 과부들은 이 노래를 한 번에 서너 시간 이상 계속해서 반복하는 대가로 따뜻한 식사를 제공 받기도한다. 어쩌면 밤에 몸을 뉘일 수 있는 매트도 얻을지도 모른다.


인도 ‘과부들의 도시’로 알려진 브린다반의 한 쉼터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랄리타(오른쪽)가 한때 과부들이 의무적으로 둘러야 했던 흰색 숄로 몸을 감싸고 있다.


이들은 과부들을 위한 쉼터에서 살기도 하고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임대 방에서 살기도 한다. 이러한 실내 숙박 시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에는 노변에 방수포로 거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브린다반은 델리에서 남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지만 이곳에 사는 과부들은 인도 전역에서 왔다. 이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힌두교 스승과 함께 오기도 한다. 또는 친척들이 이들을 차에 태우고 와서 아쉬람이나 길 모퉁이에 버려두고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우간다 남편이 죽은 지 1주일이 지난 뒤 솔로메 세키물리(54)가 남편과 함께 살던 루웨로 구의 집 문가에서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지구에 관한 모든 것,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보여 드립니다. 인류의 위대한 도전정신, 생생한 야생의 숨결, 지구를 옥죄는 기후 변화, 인류와 생태계의 공존을 위한 조건 등 자연과 인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생생한 사진, 인터랙티브 지도, 동영상,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 그리고 현장감 넘치는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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